"오라, 나의 친구들아. 새로운 세계를 찾기에 너무 늦지는 않았지. 우리 죽을 때까지 배를 저어서 해지는 곳을 넘어 저 멀리 서쪽 별들이 물에 잠기는 곳을 지나 나가세."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의 명시 `율리시스(Ulysses)`의 한 구절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순(60세)을 넘겨서도 2개월 안팎의 아프리카·남미 등 오지탐험여행을 즐기며 노년의 낭만을 만끽하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많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년 넘게 어르신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도 평균수명은 길어지다 보니 은퇴 후 30년을 보람차게 보내는 게 큰 고민거리다.

"나는 청춘을 바쳐 일한 직장에서 퇴직한 후 `마치 침몰하는 배처럼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자괴감이 엄습해와 죽고 싶었다. 시련의 한 복판에서 아내마저 먼저 세상을 떠나고 극도의 우울증에 사로잡혀 자살까지 시도했다. 그러한 벼랑 끝 상황에서 이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체력이 허용하는 한 이 지구 땅 끝까지 발길 닿는 대로 한 번 자유롭게 걸어가 보자고 마음을 추슬렀다."

`노년층 나 홀로 걷기여행` 개척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전직 기자 `베르나르 올리비에(Bernard Olivier)`의 고백이다. 그는 파리의 집을 떠나 프랑스 남쪽으로 내려가 스페인 산티아고에 이르는 2300㎞의 순례자 길(Camino de Santiago)을 3개월 동안 계속해 걸었다. 그 이후에도 터키로 건너가 이스탄불에서 중국 고도 시안(西安)까지 3년 이상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또 걸었다. 그 결과 그는 은퇴 전보다 더욱 활력 넘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게 결코 두려운 게 아니다. 도리어 혼자 떠나면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친구들과 사귀며 새로운 생명력과 창조적 성과를 얻는 등 나름 보람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이 트레킹 자유여행에 과감히 도전해 나가다 보면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 심신의 치유효과를 톡톡히 맛볼 수 있다는 게 올리비에의 지론이다. 85%에 이르는 청소년 범죄 재범률도 지속적인 걷기를 통해서 15%대로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한다. 진정한 자유배낭여행의 전성기는 60부터라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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