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회체제 반영 생산물 표현의 자유 vs 통제 대상 논쟁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예술에 대한 검열이 주목받고 있다. 예술은 사회적 생산물이다. 때문에 예술은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거나,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하는 순간 예술은 그 사회체제의 통제대상이 된다. 사회는 예술의 내용이 그 체제에 위배되거나 가치기준을 깨뜨리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통제의 필요성을 갖게 되고, 그 장치로 검열을 선택하게 된다. 예술이 검열과 관계지워지면 예술학의 영역을 넘어 문화사회학과 문화정치학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검열이라 함은 국민이 어떤 표현물에 대한 평가 기회를 가지기도 전에 정부가 심의를 통해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즉 표현물에 대한 공개논의의 장 형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이다. 곧 검열은 예술적 측면에서 검열기준에 의한 작가의 자기검열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체계로 작용하고, 검열과정에서 주관성에 의한 사회적 오용성 문제가 대두된다. 작품검열은 예술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와 관계되지만, 정치와 관계지우면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시대에 따라 다른 해석을 보여왔다. 헌법은 제헌헌법부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을 두어 왔으나, 제3공화국헌법(1962. 12. 26 개정)에서는 제18조 제2항에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만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위하여는 영화나 연예에 대한 검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제4공화국헌법(1972. 12. 27 개정)에서 삭제되었고, 제1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고만 규정하였다.

현행헌법(1987. 10. 29 개정)은 제21조 제2항에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고, 제4항에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부딪히는 헌법의 개정사는 표현의 자유와 검열이 얼마나 쟁점사항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검열은 대중의 예술을 반대중적(反大衆的)으로 만든다. 왜냐하면 대중 자신의 주체적인 예술이라기보다는 대중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회체제에 의해 통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검열 하에서의 예술은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장치로서 기능하기도, 사회체제 유지의 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곧 예술에 대한 제도적 검열은 사회체제에 의해 계획·통제됨으로써 관리된 사회와 관계된다. 사회체제는 대중에게 예술을 통해 그들의 가치를 선택적으로 전파한다. 이 때문에 통제되는 문화산업을 독일의 철학자 엔젠스 베르거는 `의식산업`이라고 부른다.

예술의 사회적 맥락은 `도구적-인식적·윤리적-실천적·미적-표현적 요소`를 동시적으로 가지고 있기에, 어느 하나의 요소로만 읽으면 부정과 긍정이라는 이분법을 가질 우려가 있다. 문화정치학적 연구들은 1970년대 정부의 건전가요운동과 국책영화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통제장치로 보지만, 다른 연구들은 사회 인식변화를 위한 운동적, 계몽적 정책으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역사적·사회적 맥락으로 읽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통제된 금지곡이 시대에 따라 금지기준과 곡수, 그리고 해금(解禁) 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노래에 대한 검열이 결코 윤리적 측면에서만 다루어진 것이 아니라, 시대의 사회체제가치도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1980년대까지 공연윤리위원회라는 기구에 의해 공연예술과 영화의 사전검열을 받았다. 1990년대 들어 공연물과 영화의 사전검열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판정을 받았고, 위헌의 범위는 행정권에 의해 행해지는 사전검열로 한정되었다. 따라서 사후검열과 민간기관의 자율적 검열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문옥배 음악평론가 당진문예의전당 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