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모양 물집 무리… 감기증상 비슷 제때 치료 안하면 신경통으로 고생

이병호 건양대병원 통증크리닉 교수
이병호 건양대병원 통증크리닉 교수
대상포진은 소아기 시절 겪은 수두, 혹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들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특정 부위에 띠 모양으로 작은 물집이 무리지어 생기는데, 이를 대상포진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피부병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 질환이 단순히 피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피부 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감각 신경의 뿌리 속부터 피부에 닿는 곳까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피부에 발생하는 증상뿐 아니라 신경통을 동반한 신경손상의 정도가 치료 및 합병증 발생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부분 생긴 후 몇 주만에 저절로 회복되지만, 신경통은 회복된 후에도 여러 달 또는 몇 년 동안 계속되기도 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전신 권태감이나 발열, 오한 등이 있을 수 있고 속이 메스껍거나 설사가 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증상인 피부 반점과 물집은 심한 통증이 먼저 생긴 후 며칠이 지난 후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환자의 상당수가 오진 경험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수포는 보통 2주가 지나면 딱지가 생기면서 증상이 좋아지지만, 피부의 병적인 증상이 모두 좋아진 후에도 해당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이 남을 수 있다. 이러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체적으로 10-20%의 발병률을 보이고 연령이 60세 이상인 경우 50% 이상 나타난다.

이렇듯 포진일 때 치료하지 않으면 대상포진성 신경병증으로 신경의 성질자체가 변하게 되며, 일반인은 느끼지 못하는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대상포진이 눈으로 침범해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켜 실명에 이르게 하기도 하며, 바이러스가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대상포진은 전염성이 낮아 다른 사람에게 대상포진을 일으키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두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수두를 앓지 않은 사람에게 수두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히 일반적인 수두에 비해 전염성이 낮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성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린이가 있는 경우는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체내에 바이러스가 잠복하면서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요인이 포착되면 재발을 반복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완치가 쉽지 않은 일이다. 젊은 성인이나 소아의 경우 몇 주만에 별다른 합병증 없이 완쾌되지만, 노인의 경우 몇 개월에서 몇 년 이상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지속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료시기가 늦어질수록 유병기간이 길어지고 합병증의 발생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의심되는 경우 물리치료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 개발된 항바이러스제와 교감신경차단으로 통증치료와 대상포진 후 신경통, 눈에 오는 합병증 등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마약성 약제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으며, 다른 합병증으로 인한 약물과 항우울제까지 써야 하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