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필수… 미세먼지도 조심해야

송준휘 유성선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송준휘 유성선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60대 남성이 진료실에 왔다. 평소 담배를 즐겨 피웠고 어렸을 때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헌데 이 남성은 최근 3-4개월 전부터 비탈길을 오를 때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입술이 파랗게 바뀌곤 했다. 폐기능 검사를 비롯한 몇 가지 검사 후 폐기능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진단명을 들었다. 환자는 흡입기 처방을 받았고 2주 뒤에는 호흡곤란이 많이 개선돼 진료실을 다시 찾았다.

일반적으로 생명에 직결되는 장기라고 하면 대게 두 가지를 꼽는데, 혈액을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주는 펌프 격인 심장과 신체에 필요한 산소를 받아들이는 폐를 꼽는다. 이 둘을 묶어 심폐(心肺)라 부르며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때도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한다. 생명의 두 기둥 격인 심폐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을 할 때 병원을 찾기 전 환자 스스로 건강 이상을 감지할 수 있는 신호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실제로 우리 몸은 심폐질환이 생겼을 때 위험 신호를 보내오는데, 바로 노작성(勞作性) 호흡곤란이 그것이다. 노작성 호흡곤란이란 평소보다 힘든 일을 하거나 오르막을 올라갈 때 예전과는 달리 숨이 더 가빠오는 것을 말한다. 이 증상에 대해 의사들은 심장 혈관이 막히는 협심증이나 적혈구가 모자라는 빈혈, 폐혈관이 막히는 폐동맥 색전증을 우선 떠올리는 동시에 만성폐쇄성폐질환도 함께 감별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慢性閉鎖性肺疾患)은 생소하지만 전 세계 사망원인 중 네 번째 또는 다섯 번째로 많은 질환이다. 통상 `숨을 내쉴 때 기류의 제한`으로 정의하는데 쉽게 풀어 말하면, 정상적이었던 기관지나 폐 조직이 담배나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변형이 되고 허파 내부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원활한 운반이 어려워지는 병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환자는 코와 입으로는 숨을 들여 마시고 내쉬기는 하지만 정작 허파 안에서는 가스의 교환이 원활하지 않아 숨이 차다고 이야기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원인 중 가장 나쁜 것은 흡연이다. 담배 안에 포함된 독성물질이 사람의 기관지와 폐포를 반복적으로 손상시킨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서서히 기관지와 폐 조직을 망가뜨리는데 담배를 중단하고 수년 간 추적 관찰했을 때 감소되었던 폐기능이 일부는 회복된다는 보고가 있어 치료를 위해서는 금연이 중요하다. 아무리 나이가 많더라도 금연은 꼭 필요하며 아울러 대기오염, 직업적 분진과 연기에 대한 노출도 조심해야 한다.

일단 노작성 호흡곤란으로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폐기능 검사를 실시한다. 폐기능 검사를 통해서 기류제한이 있는지, 크고 작은 기관지 기능의 저하는 없는지, 그리고 기도가역성 여부 등을 조사한다. 아울러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감별이 필요한 몇몇 중요한 질환 확인을 위해 추가 검사를 하면 호흡곤란으로 내원한 환자들은 종종 번거로움을 느끼곤 한다.

중요한 것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급성 악화이다. 호흡곤란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져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때는 상태가 위중해서 중환자실로 입실할 수도 있으며 사망 위험성이 있어 평소와 다른 호흡곤란을 느낀다면 가까운 호흡기내과나 응급실로 빨리 가야 한다. 급성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폐기능 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과 규칙적인 흡입기 치료를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찬바람을 피하고 독감 예방접종과 폐렴 예방접종을 인근 병원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