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즉 발명을 공개하는 대가로 국가로부터 일정기간 동안 이를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는 발명자가 이윤을 독점하게 하고, 이윤의 독점은 새로운 발명을 촉진하여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을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특허제도 하에서 각 기업들은 `특허의 독점권`을 무기로 시장 확보 및 이윤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수년간에 걸쳐 벌어진 삼성과 애플간 특허분쟁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때로는 경쟁기업간에 크로스 라이센싱(Cross-Licensing)을 체결하여 후발주자를 견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특허제도는 독점권 부여 외에도 기술 공개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특허 출원 후 일정기간 지나면 특허 내용을 의무적으로 대중에게 공개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특허전략으로 일명 `특허개방`을 사용하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 특허개방이란 특허 출원에 따라 자동으로 공개되는 소극적인 공개를 넘어, 누구든지 로열티를 내지 않고 자사의 특허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끔 특허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퀄컴에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지급하는 현 상황에서 특허개방은 획기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특허개방의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14년 6월 미국의 전기자동차(EV) 제조업체 `테슬라`의 특허개방 선언을 들 수 있다. 특허개방을 선언한 테슬라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8월 태양발전 전문업체인 `솔라시티`를 인수한다는 테슬라의 발표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관련 기술의 특허개방이 전기자동차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고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이를 통하여 장기적으로는 전기자동차 제조 및 전기자동차 충전 시장을 확고하게 지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견제하려는 듯, 2015년 수소자동차(FCEV) 제조업체인 일본의 `토요타`도 수소자동차의 핵심기술인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 충전 관련 특허기술을 2020년 말까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테슬라의 특허개방에 따라 경쟁관계인 전기자동차로 기울어질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차의 주도권을 수소자동차로 빼앗아 온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렇듯 기업이 특허개방을 특허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은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며 그 뒤에는 차세대 산업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이러한 새로운 특허전략이 우리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하겠다. IT, 친환경차 및 반도체 등 각종 차세대 산업 분야에서 속속들이 선도적 위치로 도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도 차세대 산업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이와 같은 새로운 특허전략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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