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아들을 둔 엄마 뒤틀린 母子 애증관계 통찰

`자식은 정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흔히 말합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늘 웃돌기 마련일까요? 걸음마와 도리도리에도 감탄하던 부모는 도대체 어느 시점부터 자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언제부터 자녀들은 그런 기대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학업, 진로, 배우자에 있어 부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정말 쉽지 않은 문제들입니다.

한 지인은 이제 겨우 여섯 살짜리 딸과의 갈등이 극에 달해 심각한 가정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경우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인데?" 하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어린 자녀를 둔 많은 초보 부모들이 인내의 한계를 만나 자책하거나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던 모성과 부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았다는 얘기들도 많이 들어봅니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잔혹한 살인자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유롭게 세계를 누비던 여행가 에바는 원치 않던 임신과 출산으로 정착된 삶을 살게 되지만 아기 케빈은 그런 어머니를 전혀 도와주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오랫동안 심하게 울어대던 아기 케빈. 언어 발달도 늦고 배변 훈련도 안 됩니다.

그러나 말을 하기 시작한 케빈은 사실은 지능이 높은 아이입니다. 그리고 에바는 깨닫습니다. 케빈은 고의적으로 엄마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배변 훈련의 거부, 그리고 이어지는 도전들.

때로는 정상적인 모자관계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다가도 잔혹한 본성을 들어내는 케빈을 향한 에바의 감정은 혼돈스럽습니다.

청소년이 된 케빈은 에바를 향한 악감정을 더욱 교묘하게 드러냅니다. 본격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내며 의도적으로 여동생이 한쪽 안구를 잃게 만든 사고는 갈등을 최고조에 이르게 하고, 케빈은 결국 학교 체육관에서 활을 난사하여 십여 명의 학생들과 선생들을 살해하는 사건을 일으키고 맙니다.

어머니를 향한 끊임없는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아들. 그래도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두 권의 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첫째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소설 `다섯째 아이`입니다. 태속에서부터 엄마의 자궁을 들이받아 고통을 주던 아이 벤. 어릴 때부터 형제들과 소통을 하지 못하고 애완동물을 잡아 죽이는 원시인 같은 아이. 가족구성원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다 결국은 기관에 맡겨집니다.

그러나 벤의 어머니 헤리엇은 약물에 절어 축 늘어진 채 동물처럼 양육되는 아이를 결국 다시 데리고 나오고 맙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가족들은 그 가정을 떠납니다. 그런데 헤리엇은 벤의 성장 속에 기대하지 않던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벤은 십대가 되자 문제아 그룹 안에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가정을 떠난 벤이 폭동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을 티브이를 통해 보게 됩니다.

도리스 레싱은 `다섯째 아이`에서 인류의 문명과 문화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서 뿌리 뽑히지 않는 원시적 공격성과 잔인성을 여러 세대를 건너뛰어서 다시 발현되는 격세유전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인류의 근원에 닿아있는 동물적이고 폭력적인 아들의 모습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어머니를 보여줍니다.

또 하나의 책은 뇌신경학자 제임스 펠런의 실제 이야기인 `괴물의 심연`입니다. 성공한 유명 신경학자로, 세 아이를 둔 화목한 가정의 가장으로, 승승장구의 삶을 살아오던 작가가 사이코패스의 뇌의 작용을 연구하던 중 자신의 두뇌사진이 사이코패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책은 시작됩니다.

급기야 자신의 가계에 유명 살인자들과 살인사건의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뇌과학자가 자신의 본질을 파헤쳐 가는 기록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환갑이 넘어서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신이지만 한 번도 진정으로 남의 감정을 읽지 못했던 것, 그로 인해 가족과 주변인에게 주었던 상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에 대해 깨닫고 통렬한 마음을 갖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친절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와 통찰력 있는 어머니가 일찍부터 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보고 잘 이끌어준 양육이 자신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도리어 사회와 학문에 기여하는 성공적 인간으로 길러내어 준 것에 감사하며 글을 마치고 있습니다.

`자식은 정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요. 가장 극단적인 자식의 양육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래도 사이코패스조차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길러낼 수 있다고 하니, 부모로서는 따뜻하게 끌어안고 품어주는 양육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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