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공장점거' 노사 갈등 접점 못찾아 '손실규모 700억 달해… 운영 정상화 우려감

"400여 명 노동자들이 석 달째 임금 한 푼 못 받고 공장에서 노숙한다. 가족들 생계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조의 공장점거와 사측의 직장폐쇄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갑을오토텍(대표 박당희·아산시 탕정면)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공장점거는 이미 100일을 넘겼다. 직장폐쇄도 27일까지 94일이 흘렀다. 지난 7월 촉발된 갑을오토텍 노사의 극한 대립이 장기화되며 노사 양측은 물론 조합원들 가족까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전면파업과 공장점거를 110여 일째 이어가며 413명 조합원 가운데 380여 명이 공장을 지키고 있다. 애초에는 전 조합원들이 공장에서 지냈지만 공장 진입을 시도하는 사측과 물리적 충돌로 조합원 30여 명이 갈비뼈 골절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 후 집에서 요양중이다. 공장에 머무르는 조합원들은 숙식을 모두 공장에서 해결하고 있다. 잠은 공장 내부에서 난방도 없이 침낭 하나에 의지한다. 가족과 만남은 토·일요일 조를 나눠 교대로 잠깐 집에 다녀오는 것이 전부다.

갑을오토텍지회 이재헌 지회장은 "이렇게 파업이 길어질지 몰랐다"며 "사측이 노조의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인 노조파괴용병들의 전적조치를 단행하고도 교섭은 외면해 7월 말 이후 한차례도 교섭을 갖지 못했다"고 한숨을 토했다. 이 지회장은 "현안이 해결되면 당장이라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파업기간이지만 시설장비 등은 철저히 관리 하고 있다"며 "사측이 하루 빨리 교섭에 나서 진정성을 갖고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합원 가족들도 어려움을 호소 했다. 갑을오토텍 가족대책위원회 김미순 위원장은 "날씨가 추워져 아빠들 건강이 염려된다"며 "생계난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엄마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갈등이 깊어지며 사원주택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는 관리직 직원 가족들과도 서먹해지고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노사 대립과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는 사측에도 상당한 피해이다. 자동차용 에어컨, 열교환기 등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인 갑을오토텍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손실 규모가 7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관리직 사원 250여 명 가운데 노사 충돌로 30여 명이 다쳤다. 사측은 관리직 사원 출근 전면 보장, 올해와 내년에 더 이상 파업을 않겠다는 노조의 약속이 있어야만 직장폐쇄를 해제하고 교섭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갑을오토텍 정민수 이사는 "하루 10억 원씩 한달이면 피해 규모가 250억 원에 달한다"며 "현대차 등 고객사 신뢰도 잃어 노사 대립이 해결돼도 회사의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사태 해결을 위해 공권력 투입을 경찰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이 외면한다"고 성토했다.

경찰도 파김치다. 경찰은 노사가 대립하는 갑을오토텍 현장에 매일 경찰 1개 중대를 배치하고 있다. 아산경찰서 정보관 서너 명은 아예 갑을오토텍 현장으로 출·퇴근한다.

언제 생산이 재기될 지 모를 안개 속 상황이 무색하게 갑을오토텍 공장동 현관 입구에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회사'라는 표어가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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