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있는 처지다. 그제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서 최순실씨 도움을 받았다고 자인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최씨 국정개입 파문이 가라앉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오히려 시민단체,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시국선언 불길이 번져가는 등 정권의 위기를 실감케 한다. 여야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최씨 국정농단 행위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붓는 데 서슴지 않고 있다. 최순실 특검도 이제 시간문제로 다가 왔다. 박 대통령을 사방에서 옥죄여 오는 대혼돈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눌렸던 성난 민심의 연쇄 폭발 현상도 심상치 않다. 그런 위기 국면이지만 그래도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그리고 최씨 파문의 책임 있는 한쪽 당사자로서의 처신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최씨와의 관계를 둘러싼 물고 물리는 의혹 보따리에 대해 발가벗는 심정으로 국민께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경황이 없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사과를 통해 스스로의 과오와 오류를 인정해야 그나마 민심을 다독일 수 있다고 본다. 그제 90여 초 짜리 `녹화 사과`는 국민의 성질을 돋구는 역효과를 낳은 것이나 다름 없다. 이번에 그같은 형식주의 틀에 갇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중계를 자청해 최씨 사태와 관련해 국민적 의구심과 의혹을 다 털어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실상 리더십에 금이 가고 국정운영의 동력이 꺼져가는 마당에 무엇을 두려워하거나 꺼려하는 것은 `감정사치`로 비친다. 어쨌든 박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으로서 앞으로 16개월간 국정을 담당해야 하는 실질적인 주체다. 스스로의 부덕이 초래한 측면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국민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책무를 되새겨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상식에 순응하는 게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고 퇴로를 여는 길이 될 수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어제 "대통령 탄핵, 특검은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고 실질적으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진실된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및 내각의 인적 쇄신 등 정치적 수습은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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