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제포토저널리즘展 섹션 1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 100주년 기념 사진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에는 다양한 국가, 인종, 종교를 가진 수십억의 인구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들의 기쁨과 슬픔, 다양한 이야기들을 대부분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 보도를 통해 알게 된다. 그 중에서도 사실적인 현장의 모습을 담아내는 보도사진(Photo journalism)의 매력은 바로 독자들이 그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공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에서 막을 올린 `대전 국제 포토저널리즘전(Visa pour l’Image - 2016 Daejeon)`.

`오늘 비극의 기록… 내일 희망을 그린다`를 부제로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 유수한 언론매체 소속 사진기자 및 작가들이 생생한 세계의 현장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 257점이 전시되고 있다.

옛 충남도청사 1층과 2층을 3개의 섹션으로 구분해 놓았는데,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전시는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 100주년 기념 사진전`이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편에 있는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의 연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 해군 출신 종군기자인 그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많은 전쟁을 경험하며 저널리즘 역사에 남는 걸작을 숱하게 남겼다. 그는 올해 100세로 생존해 있다.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 100주년 기념 사진전`, 제1 섹션에 전시된 더글러스 던컨의 사진은 총 30장이다. 전부 한국전쟁 때 촬영한 사진들이다. 그런데,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들 사진에는 자세한, 아니 몇 글자의 짧은 사진설명조차 없다. 사진을 보는 이에게 좀 불친절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더글러스 던컨은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이 찍은 사진들에 달 부제, 사진설명을 생각하는 것은 사진에 나온 미 해병대원들에 대한 최악의 조롱이라 여겼다고 한다. 오직 사진만을 통해 해병대원들이 몸과 마음으로 느꼈을 전쟁의 고통, 아픔을 함께 공감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오롯이 관람객들의 몫이 됐다.

◇제1장 언덕=연보 옆으로 몇 발자국 옮기면 총 3장으로 구분된 던컨 100주년 기념 사진전 중 첫 번째 장, 즉 1장으로 구분된 `The Hill(언덕)`이라는 제목의 서문이 눈에 들어온다. 전열을 가다듬은 UN군은 낙동강 어귀의 마지막 `언덕` 쪽으로 총공격을 감행하여 북한군을 낙동강 너머로 밀어냈다는 내용으로 보아, 1950년 7월 8월 `낙동강 전선`에서 촬영한 사진들로 짐작된다. 배경은 대부분 벌거벗은 야산이어서, 경상도 지방으로 짐작되지만 지금 어디쯤인지 가늠하긴 어렵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미 해병대원들의 표정과 자세다. M-26 구형 퍼싱 탱크 측면에 바짝 붙어 M-1 소총을 쥔 채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오는 해병대원들의 표정이다. 탱크 반대편에서 적군의 사격을 받고 역공을 하기 위해 언덕 아래로 허리를 굽혀 이동하는 것이다. 적진에 수류탄 투척을 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한적한 신작로를 따라 행군하다 가로수에 기댄 채 반쯤 누워 쉬고 있는 앳되어 보이면서도 지친 표정의 해병대원 얼굴을 정확하게 잡은 사진도 눈에 띈다. 총탄을 맞고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동료를 치료하기 위해 포복으로 기어온 위생병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 적군은 보이지 않지만 포연이 솟아오르는 곳을 향해 캘리버 30 경기관총을 난사하는 병사를 잡은 사진, 전사한 동료를 보고 철모를 쓴 채 눈물을 흘리는, 클로즈업 된 장병의 표정까지, 마치 전쟁터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제2장 도시=두 번째 장의 타이틀은 `The City(도시)`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지휘아래 전격적으로 단행된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이후 전투장면을 잡은 사진들이다. 엎드려쏴, 앉아쏴 자세로 M-1 소총을 사격하는 해병대원 뒤편 참호에서 총소리에 놀라 귀를 막고 있는 어린이들, 서울 시내인 듯 온통 기와집뿐인 동네를 벗어나는 어귀에서 총을 든 채 긴장된 표정으로 정찰을 하는 해병대원들을 포착한 사진도 눈에 띈다. 품에 안은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머리를 다친 아낙네를 붕대로 감아주는 두 명의 한국군 병사를 잡은 사진도 나란히 전시돼 있다.

◇제3장 장진호…=제1장과 2장이 `도입과 전개` 과정이었다면 3장은 전쟁의 고통과 비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면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Retreat, Hell!" 패퇴(敗退)`라는 타이틀이 붙은 3장은 극한의 고통을 겪은 미 해병대원들을 포착했다. 밤이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 살을 찢는 듯한 강추위, 혹한 속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감내해야 했던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산속 길을 따라 사진에는 다리만 드러난 전사자를 실은 트럭을 뒤따라 후퇴하는 미군들, 전투식량으로 나온 레이션 깡통을 들고 있으면서도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 절망에 빠진 감정만이 그대로 배어나온 병사의 얼굴과 눈빛을 포착한 사진까지…. 한 줌의 희망조차 없이 최후의 집결지 흥남 부두로 걸어서 고통스럽게 후퇴하는 미 해병대원들을 오늘의 그들인 듯 옆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하긴, 대전 국제포토저널리즘이 열리고 있는 대전 근현대사전시관도 알고 보면 한국전쟁의 상흔을 입은 곳이다. 1932년 완공된 옛 충남도청사는 1950년 7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대전 방어전투의 현장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지금의 유성과 만년교, 서구 관저동·가수원동, 대덕구 읍내동·회덕동 방향에서 밀고 들어오는 북한군을 막아내느라 대전 시내에는 윌리엄 딘 미육군 소장이 지휘하는 미육군 24사단과 한국군 잔여병력이 이틀간 방어전투, 지연전투를 치렀다. 대전시내는 이 이틀간 아비규환의 전쟁터로 변했고 중앙로 일대 시가지는 잿더미가 됐다. 1000명이 넘는 미육군 병력이 전사하거나 실종됐다. 지금도 대전 근현대사전시관 본관 건물의 벽 일부에는 당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지만….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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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Douglas Dun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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