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충북민생탐방이 끝나자 마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충북을 찾아 최근 논란이 된 KTX세종역 신설 문제에 대해 충북의 손을 들어주면서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민심 잡기 샅바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24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주말 이정현 대표가 충북민생탐방에서 KTX세종역 설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설치 반대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송태영 충북도당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결국 이 사태 해결의 키워드는 더불어 민주당이 쥐고 있다"며 "추미애 대표가 KTX세종역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런 당론을 근거로 이해찬 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포기하게끔 해야 충청권 공조가 깨지고 지역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행보를 비교하면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여당 대표가 원칙과 소신에 따라 국가 균형발전의 논리로 KTX세종역을 반대하는데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충청권 표만 의식해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현 대표에 나흘 앞서 충북민생탐방을 다녀간 문 전 대표는 지난 18일 진천 혁신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그(KTX세종역) 문제로 이 지역에서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더불어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 많기 때문에 각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KTX세종역 설치에 앞장 서고 있는 이해찬 의원은 대표적 친노 인사다. 친노그룹을 이끌면서도 `친노패권주의`라는 비판을 경계하고 있는 문 전 대표로서는 이해찬 의원을 끌어안기도 내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지역 정치권은 이번 이정현 대표의 KTX세종역 반대 발언이 문재인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KTX세종역 설치에 영향을 받는 충청권 4개 광역자치단체장이 모두 더불어 민주당 소속이라 결국 집안 싸움이 될 수 있다"며 "이해찬 의원이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된 형국으로 새누리당이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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