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방사능비상구역 고작 1.5㎞… 원전 보호반경은 20-30㎞

대전의 방사성 폐기물량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아 사실상 '도심 속 방폐장'으로 전락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원자력 시설인 '하나로' 주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 등에 따르면 현재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1.5㎞로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800m로 설정돼 있던 것을 지난해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에 따라 구역을 확대한 것이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 거리를 예측해 미리 대피소, 방호물품, 대피로 등을 준비하는 구역을 말한다. 방사능이 누출됐을 때를 대비해 주민보호 조치를 준비하기 위해 설정해두는 것이다.

국내 원전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고려해 지난해 기존 8-10㎞에서 20-30㎞로 확대됐지만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1.5㎞로 설정됐다.

대전에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2만 9728 드럼으로 고리 원전(4만1398 드럼)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1699개(3.3t)가 보관돼 있어 사실상 도심 속 '방폐장'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방사성 폐기물을 2035년까지는 대전에 보관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원전 주변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제외돼 있다.

손상 핵연료는 이송 과정에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돼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원자력연구원이 연구 목적으로 방사능 누출 위험이 큰 손상된 핵연료를 부산 고리원전과 전남 영광 한빛원전 등에서 들여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과 함께 시민들의 원성과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최대 반경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원자력연구원 반경 2km 이내 대덕테크노밸리 아파트 단지 등에는 3만 8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발전용 원자로나 연구용 원자로 모두 위험시설인데도 연구용 원자로라는 이유로 하나로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20일 원자력연이 개최한 주민 설명회에서도 사고 발생에 대한 안전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관평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원자력연 인근에는 아파트 등 인구밀집지역인 데 사고 발생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조차 모르고 있어 재난 문자 발송여부 등 시스템이 있는 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은 지난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기준이 강화된 데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과도하게 설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원자력연 이관엽 원자력방재실장은 "일반적인 발전용 원자로의 열 출력이 3000-4200㎿라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30㎿이다. 하나로의 열 출력이 낮아서 비상계획구역 거리가 적은 것일 뿐 원전과 동일하게 적용됐다"며 "미국의 경우 비슷한 열 출력(20-50㎿)의 연구용 원자로에 대한 비상계획구역은 800m를 유지하고 있고, 구역 확대는 원자력 규제 기관인 정부가 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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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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