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구 선화동 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에서  내년 1월 20일까지 대전일보사 주최로 열리는 대전국제포토저널리즘전 미디어 콘퍼런스가  21일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열렸다.  빈운용 기자
대전시 중구 선화동 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에서 내년 1월 20일까지 대전일보사 주최로 열리는 대전국제포토저널리즘전 미디어 콘퍼런스가 21일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열렸다. 빈운용 기자
부대행사 열기

◇전 세계 유수 언론매체 소속 사진기자들이 참여하는 `대전 국제포토저널리즘전`이 화려한 막을 올린 가운데 메인 전시 못지않게 부대행사의 열기도 뜨거웠다.

21일과 22일 이틀간 진행된 미디어 콘퍼런스와 사진기자 초청강연회에는 기자, 교수, 학생, 주부 등 200명이 넘는 청중 등이 객석을 가득 메웠으며 질문이 쇄도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사진기자들은 전 세계 분쟁지역과 북한 등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과 고충을 담담하게 털어놨으며, 비극의 현장을 사진과 생생한 증언을 통해 그 실상을 알렸다.

생생한 경험 녹인 강연 `후끈`

◇사진기자 초청강연=22일 오후 대전평생교육진흥원 1층 컨퍼러스홀에서 열린 작가 초청강연회에서는 폐쇄적인 북한의 실상과 함께 ISIS(이슬람국가)의 횡포아래 신음하는 야지디족 여성들의 어려움을 전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시작은 지난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에드 존스 AFP통신 서울지국 사진기자(영국)가 열었다. 에드 존스 기자는 이날 평양을 방문했던 경험과 북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이 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풀어냈다.

그가 본 북한사회는 여전히 폐쇄, 그 자체였다. 지난 2012년부터 북한을 오가며 취재한 존스 기자는 지난 9월 AFP 평양지국이 생겨 정기적으로 방문을 할 수 있었지만 찍을 수 있는 대상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주로 북한군 열병식이나 김일성 탄생 100주년처럼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사진을 찍어야 했고, 평양 밖 북한주민의 삶을 카메라에 포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공식적인 행사 이면에 카메라 초점을 맞췄다.

에드 존스는 "대규모 군사행진을 하는 현장의 경우 행사에 참여한 북한 주민들의 지친 표정, 소매로 땀을 닦는 장면을 찍음으로써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도하려 노력한다"며 "지금도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담고 싶어 북한에 수시로 제안을 하지만 대부분은 불가능한 이유를 제시하며 거절을 당한다"며 폐쇄적인 북한의 실상을 전했다.

이어 마이크를 이어받은 분쟁지역 전문 사진기자인 파리마치 소속 알프레드 야곱자데 기자(프랑스)는 야지디족 여성들의 참혹한 실상을 알림과 동시에 UN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야곱자데 기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전한 야지디족 여성들의 실상은 참혹했다. 그에 따르면, 석 달간 ISIS에게 잡힌 여성 대다수는 하루에 몇 번씩 성폭행을 당했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유엔에서 집과 식량을 주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곧 이들(야지디족 여성)에 대해 잊어버리기 일쑤이며 특히 시리아 사태가 일어난 뒤 모든 사람들은 야지디족을 잊었다고 역설했다.

야곱자데 기자는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야지디족 여성 등에게) 도움을 주려면 끝까지 줘야 하며, A에서 B까지만 도움을 주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A에서 Z까지 줘야 한다"며 "다른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도와주다 말면, 그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버리는 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분쟁지역 취재기… 미디어 관심

◇미디어 콘퍼런스=작가 초청강연에 앞서 21일 오후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는 분쟁지역 등을 누비며 취재하는 사진기자 3명이 참석해 자신의 일상과 고충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남상현 대전일보사 사장을 비롯해 찰스 헤이·파스칼 서덜랜드 주한영국대사 부부, 델핀 를뤼 비자 뿌르 리마쥬-페르피냥 부집행위원장,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각 언론사 기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남상현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야말로 인류가 무엇을 고민하는가, 무엇으로 고통받는가, 지구촌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델핀 를리 부집행위원장은 "사진기자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사건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목숨을 걸고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전달해주는 만큼 우리는 이것 들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대전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내전에서 큰 부상을 입고 50일 넘게 인질로 잡힌 경험이 있는 야곱자데 기자는 갖가지 위험에도 현장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 "매번 현장을 갈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지만 돌아서면 어느 새 현장으로 발걸음이 향한다"며 "이 일을 사랑하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지만 내가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다"며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전했다.

북한을 취재하는 에드 존스 기자는 "우리가 하는 일은 살얼음판을 걷는 일이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정치선전적인 사진을 찍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북한에서 취재하는 것은 대부분 문제되지 않지만 문제가 될 경우 설득하면 되고 설득하지 못하면 내뺀다"고 조크를 하기도 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한 적도 있느냐는 질문에 피터 바우자 기자(독일)는 "처음에는 어떤 것을 찍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실제 가서 보면 예상과 실제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금세 깨닫는다"며 "계획했던 것이 현장에 가면 이미 존재하지 않는 과거사가 된다. 시각적인 언어를 만들어 소통해야 한다.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특정한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세연·성희제·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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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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