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인터뷰- 브렉시트 이후 양국 관계

◇지난 6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선언하면서 한국-영국 간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여전하다. 현재 직접적인 파동은 없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우려·기대 등 각종 견해가 교차하는 상황이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43년 간 유지해왔던 EU 회원국의 자격을 버리겠다는 것만으로도 국제

경제·정치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전에 온 찰스 헤이(Charles Hay) 주한영국대사에게 브렉시트 이후 예상되는 한·영간 교류협력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번이 첫 번째 대전 방문은 아닌 것으로 안다. 유럽과 다른 나라의 많은 도시와 비교해봤을 때 대전의 이미지, 장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번이 6번째 대전 방문이다. 지난주에는 영국의 외무성 장학금인 쉐브닝 장학생 모임 참석차 방문했는데, 당시 대전에 한국 유수의 과학 분야 연구기관 30% 이상이 집중돼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실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을 가 보고 대전이 과학에 기반한 도시라는 것을 실감했다. 대전은 또 대한민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수도인 서울과도 1시간 거리이고, 정부기관이 들어서 있는 세종과도 근거리에 있어 지리적 여건이 뛰어난 도시라고 생각했다."

-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대전과 영국의 과학기술이 상호 협력할 방안이 있다고 보시는지, 또한 영국에서는 과학도시로서의 대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영국에서도 대전과의 과학기술협력, 공유 등에 대해 확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정확히는 대전에서는 생명과학, 신소재, 에너지, 기후변화 부문 등 전문분야에서의 연구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영국 또한 한국에 연구개발(R&D) 투자를 2배 이상 늘리고 있다. 게다가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도 우수한 나라이며 양국의 교류분야는 정확히 꼽을 수는 없지만 에너지·저장배터리 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주에는 영국왕립학회 회장이 대전을 방문, 기초과학연구원에서 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앞으로 대전과 영국의 과학기술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영국이 EU 탈퇴를 선언,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국제경제에 큰 파장을 일고 올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한국 또한 비슷한 우려를 내놓았지만 현재까지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바라보는 한국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는 어떻게 보는가.

"단언컨대 한국은 영국의 우수한 무역파트너이다. 우선 아시아지역에서 중국·홍콩 다음의 영국 최대 소비물자 수출시장이다. 반대로 한국 또한 유럽에서 무역량이 가장 많았던 국가는 독일이 아닌 영국이었다. 이는 곧 지난 4년간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에게 모두 유익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국은 영국으로부터 자동차, 기계, 화학약품, 위스키 등을 수입하고 영국은 한국에서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전자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한국과 영국은 (브렉시트 전은 물론 후에도) 상호간 유익한 파트너이다."

- 최근 한국 정부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영국의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당시 나온 내용은 무엇이며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일정이 잡혀 있는지.

"지난 7월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만나 브렉시트와 관련해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 사적인 행사였지만, 당시 논의된 내용은 한국-영국의 관계였는데 구체적으로는 FTA의 미래에 관한 내용이었다. 양국 모두 동의하는 바는 브렉시트 공식탈퇴 이후 양국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까에 대해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영국 EU 탈퇴 이후 한국-EU 간 FTA를 대체할 한국-영국 간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2명의 영국의 무역담당장관들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는 곧 영국이 한국을 무역파트너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장관들 또한 한국 방문에서 양국 FTA 이행이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양국간 무역중단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양국 모두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 앞서 오전 충남대에서 브렉시트 관련한 강의를 했고, 대전 국제포토저널리즘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에도 이러한 문화행사에 관심이 있는지, 또 앞으로 대전과의 문화교류에 대해서는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오늘 오전에는 충남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했는데, 학생들이 한국-영국과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점이 많아 매우 놀라웠다.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이 영국 유학과 관련한 이유였는데 대학생들의 교류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21일에는 대전 국제포토저널리즘의 미디어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한다. 사실 프랑스 문화행사에 영국민이 홍보차 자리한다는 게 어색할 수 있지만(웃음) 아내가 이 사진전의 15년 간 통역사로 일해온 만큼 사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번 사진전이 프랑스를 벗어난 첫 해외 사진전이고 대전이 얼마나 중요한 도시인지 생각하게 된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영국 문화의 해를 만들어, 시장과의 면담을 토해 영국의 해 일부 행사를 대전에서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굉장히 흥미로운 행사가 될 것이다."

- 대전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전을 방문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다. 특히 위치, 콘텐츠, 문화 등 선진도시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앞으로 영국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당, 거리, 행사에서 만난 대전시민들도 모두 반갑고 친절하게 인사를 해줘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굉장히 따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영국대사로서 대전과 영국의 튼튼한 연결고리를 구축할 수 있게 노력할 계획이다." 김대욱 기자

◇찰스 헤이 영국대사는

찰스 헤이(51·Charles Hay) 주한 영국대사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버딘 출신이다. 사우스햄튼 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개방대학교(Open University)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육군의 고든 하이랜드 연대 소속 장교로 군복무를 했으며 대위로 전역했다. 1993년 영국 외무부에 들어가 주체코 영국대사관 정치공보관, 주스페인 영국대사관 부대사 등 대사관과 외무부 인사기획관, 영사국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코소보 평화회담에 영국 외무부 대변인, G8 준비기획단장도 역임한 바 있어 국제전문가로 통한다.지난 2014년 주한영국대사관으로 발령받았으며 지난해 2월 주한 영국대사로 정식 부임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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