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구 선화동 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에서  내년 1월 20일까지 대전일보사 주최로 열리는 대전국제포토저널리즘전 미디어 콘퍼런스가  21일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열리고 있다. 빈운용 기자
대전시 중구 선화동 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에서 내년 1월 20일까지 대전일보사 주최로 열리는 대전국제포토저널리즘전 미디어 콘퍼런스가 21일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열리고 있다. 빈운용 기자
지난 20일 개막한 대전 국제포토저널리즘전에 장장 257점의 사진을 출품한 사진기자·작가 중 알프레드 야곱자데, 에드 존스, 피터 바우자 세 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개막식 및 다양한 관련행사에 참석한 그들에게 포토저널리스트로서의 열정과 자세 등은 어떠한지 물었다. 그리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전쟁·분쟁 지역, 치명적인 질병이 창궐하는 지역, 취재에 숱한 제약과 감시가 따르는 북한 등에 무엇을 위해 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파리마치 - 알프레드 야곱자데

"현장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지만, 돌아서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런 생각이 없어진다."

중동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전쟁 등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는 분쟁전문기자 파리마치 소속 알프레드 야곱자데(Alfred Yaghobzadeh·프랑스)는 21일 자신이 취재에 임하는 감정을 이렇게 밝혔다.

이란 소수민족 출신인 알프레드 야곱자데는 지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이 일어나자 대학 공부를 그만두고 테헤란 거리로 나가 격동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면서 사진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란-이라크 전쟁 등 수많은 전쟁·분쟁 취재를 했고, 이란에서 삶을 이어갈 수 없어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이번 대전 국제 보도사진전에 참여하는 그의 전시 주제는 `IS(이슬람 국가)에 항거하는 야지디족 여성들`이다.

그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오래된 민족인 야지디족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출발해 기독교·조로아스터교 등 종교가 섞여 있다"며 "하지만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IS가 야지디 족에게 무슬림 개종을 강요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지디족 여성을 납치해 성노예로 삼거나 남성들을 대상으로 학살을 저지른 IS에게 야지디족은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부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야지디족 여성들도 함께 총을 들고 IS에 대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현장을 겪어온 알프레드 야곱자데는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할 아찔한 순간도 이미 수 차례 겪었다.

그는 "레바논 내전 때 부상을 입고 장기간 인질로 잡힌 적이 있다. 체첸에서도 폭탄이 터져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지만 결국 살아남아 이 자리에 있다"며 "하지만 레바논에서 인질로 붙잡혀 있던 55일 동안 느꼈던 죽음의 공포는 잊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하지만 그 무서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무섭다고 생각만 하면 발전할 수 없다"며 "다음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 무서움을 접어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사진을 선보이는 그는 "이번 전시 작품을 통해 지금 우리 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문제로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 지 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한테 솔직하고 오로지 진실만을 위한 중립적인 마음을 가질 것"이라며 "한번 보면 진짜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사진을 찍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영문 기자

◇AFP - 에드 존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은 여전히 과거를 살고 있는 느낌이다. 틀에 박힌 듯한 평양 사람들의 일상은 연출된 듯해 보이지만, 그런 그들의 일상 자체가 그들 본연의 삶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베이징과 홍콩, 파리 등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2년부터 AFP 소속으로 북한을 취재하는 에드 존스(Ed Jones·영국) 기자는 북한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AFP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미지의 공간인 북한에 지난 9월 평양지국을 설치해 북한의 일상과 대형 행사들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존스 기자는 북한에 4-6주마다 한 번씩 방문해 7-10일 간 머물며 북한의 모습을 세계에 알리려 노력한다. 이번 대전국제포토저널리즘전에 그는 지난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회 열린 태양절 행사의 여러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그는 북한의 취재환경에 대해서 "(검열 같은 것은)북한보다 중국에서 많이 겪는다. 제가 북한에 처음 간 것은 김일성 태양절 행사 때 기자단 일부로 갔다 취재한 것이므로, 북한이 기획하고 연출한 대대적인 대규모 행사였다"며 "공식행사 중간중간에는 자유로운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다. 다만 그들이 원하지 않는 사진을 찍을 경우 곤란해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찍은 사진을 걸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을 자극할 만한 사진을 찍지 않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만한 사진, 객관적 사진을 찍도록 해야 한다"며 "그리고 만약에 그들이 원치 않는 사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설득한 수 있는 사진을 찍는 편이다"고 말했다.

에드 존스는 북한의 취재 환경이 과거와 달리 많이 개방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방문 이후 지속적으로 AFP 평양지국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 9월 결국 지국이 출범했다.

그는 "전에는 북한에 갈 수 없어서 중국의 접경지역에서 경계선 건너편 사진을 찍거나 북한대사관에 가서 공무원 사진을 찍는 수준에 그쳤다"며 "하지만 2012년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처음으로 북한의 사진을 제대로 찍게 됐고, 지국을 설립하는 노력을 거쳐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차츰 북한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취재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보다 일상적이고, 북한의 실태를 가감 없이 보여주기 위해 그는 여전히 취재를 할 수 있는 선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에드 존스는 "관계가 좋아지면 그들은 AFP에게 더 많은 허용하게 해준다"며 "이제 관계구축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보도를 통해 취재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에코 포토저널리즘 - 피터 바우자

"한국에서 처음으로 브라질의 이면을 알릴 수 있는 제 사진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대전 국제 포토저널리즘전` 참여 작가 11명 중 한 명이라는 게 매우 영광스럽다."

`코파카바나 팰리스`를 주제로 브라질 빈민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낸 에코 포토저널리즘 소속 피터 바우자(Peter Bauza·독일)는 21일 대전 국제 포토저널리즘의 참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전시 주제인 코파카바나 팰리스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위치한 특급 호텔의 이름이다. 하지만 피터 바우자의 사진은 이 5성급 호텔과 상반되는 빈민가의 모습만을 담고 있다. 그는 "브라질은 최근 몇 년 사이 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리는 등 스포츠 강대국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며 "하지만 어려운 빈민들의 모습은 가려져 있고,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져 있는지 알려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짓다 만 듯한, 낡고 음습하기 짝이 없는 아파트 등 버려진 장소에 빼곡하게 모여 살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돈이 올림픽에 투자됐다"고 강조했다.

피터 바우자가 브라질의 불편한 진실을 사진에 담아내는 이유는 어려운 상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그는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은 완성되지 않아 창문도 없고, 물도 나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며 "브라질 정부도 이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이들이 갈 곳은 길거리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브라질 정부가 많은 돈을 올림픽 등에 쓸 것이 아니라 혜택도 보상도 없이 아무것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며 "그동안 브라질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빈민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제무역학을 전공하고 다국적 회사에 들어가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던 그를 사진의 길로 이끈 것은 정치, 환경·경제적 과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의 관습과 전통이었다.

피터 바우자는 "어려서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또 사진이 좋아서 이 길을 택했다"며 "지금 내 사진을 통해 브라질의 상황을 알리듯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그는 "이번 대전 국제 포토저널리즘전 전시장에 많은 학생들이 찾아와서 다양한 사진을 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학생들이야 말로 세계를 바꾸고 우리의 미래를 책임 질 수 있는 인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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