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국내 암 사망원인 2위이다. 간암과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라는 것은 이제 일반상식이 됐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의 60-70%가 B형 간염 보균자이며, 특히 간암 환자의 75%가 B형 간염 보균자다. 전체 인구의 3%가 만성 B형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통계도 있다. 간암과 간경변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B형 간염에 대해 이태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혈액 묻을 수 있는 용품은 함께 사용하면 안돼=B형 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 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산모에서 신생아로 수직 감염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출산시 적절한 예방조치를 하면 90%는 아기로 전염되지 않는다. 일단 수직감염 또는 어릴 때 감염되면 90% 이상 만성화 되고, 성인이 된 후에 감염되면 5-10%에서 만성화 된다. 악수, 포옹, 가벼운 입맞춤, 기침, 재채기, 대화, 수영 등 일상적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식기를 따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다만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피어싱 등 혈액이 묻을 수 있는 것은 함께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성관계를 할 때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며, 항체가 있는 배우자는 안전하다. 출산 후 예방조치를 적절히 시행한 경우 모유수유는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수직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경우 4가지 단계의 과정으로 진행될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의 증식 상태에 따라 비증식기와 증식기로 구분되며 증식기는 다시 간수치의 정상 유무에 따라 면역관용기와 면역제거기로 구분된다. 아무런 증상이 없고 간수치가 정상이지만 바이러스의 증식이 많은 상태를 `면역관용기 또는 증식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라고 하며 이 시기에는 치료 없이 약 3-6개월 마다 정기검사를 하면서 관찰한다.

이와 함께 면관용기에서 대개 15-30세가 되면 인체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제거하면서 간수치가 상승하고 간염상태로 진행하는데, 이를 `면역제거기`라고 하며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 B형 간염`이라고 한다. 이 시기를 심하게, 오래 앓을수록 간경변증으로 진행이 촉진되며 간암 발생도 높아지므로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할 때다.

이 시기가 지나면서 매년 4-12%에서는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도 바이러스의 증식이 현저히 감소하고, 간수치도 다시 정상화 되는 비증식기가 되는데 `비증식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면역조절기)라고 한다. 이때에는 치료 없이 6-12개월마다 정기 검사를 한다.

비증식 보균자의 20-30%에서는 바이러스의 증식이 재발하고 간염이 다시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재활성화(면역탈출기)라고 하며 대부분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이런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경과를 보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 없어도 정기적인 검사 필요=간은 `침묵의 장기`로도 불리는데, 이는 간이 상당히 파괴될 때까지 증상이 없을 수 있고, 대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되어 치료 시기가 늦을 수 있다. 만성 B형 간염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은 대략 5년 경과 후 12-20%에서 발생한다.

일단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간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지며, 간경변증 없이 만성간염 상태에서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 증상이 없어도 혈액검사와 복부초음파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자신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여러 종류의 치료제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으며 치료시점을 결정할 목적으로도 3-6개월 간격의 정기검사가 필요하다.

모든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치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치료는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약제로는 주사제와 경구약제가 있다. 주사제는 인터페론과 주 1회 피하 주사하는 페그인터페론이 있으며 치료기간이 통상 12개월로 한정되어있는 장점이 있으나, 부작용이 많은 단점이 있다. 경구약제의 장점은 하루 1회 복용으로 간편하고 심각한 부장용이 별로 없으며 빠르게 바이러스가 억제되고 간수치가 정상화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기복용해야 하며 투약 기간이 길어질 수록 약제에 대한 내성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고, 투약을 중단했을 때 재발이 잘 된다는 단점이 있다. 각 약제별로 장단점이 조금씩 다르고 환자의 병태도 다르기 때문에 약제 선택이나 치료시작 시기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균형잡힌 식사하고 민간요법 피해야=대체로 일반적인 식사나 절절한 운동 등 일상생활에 제약은 없다. 다만 아무리 좋은 음식도 한쪽으로 편중되게 많이 먹게 되면 좋지 않으며, 단백질, 당질, 지방 등 영양소의 균형이 잘 잡힌 식사를 하면 충분하다. 음주는 피해야 한다.

일부 그 효능과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한약재,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은 병든 간에 오히려 부담을 주고 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을 처방 받을 때 자신이 간염환자라고 밝혀야 하며 가능하면 약물의 오남용은 피해야 한다. 언제든지 피로가 심하고 기운이 없는 증상이 지속되거나 메스꺼운 증상, 우측 복부의 불편함, 활달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바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쉽게 예방할 수 있다. 성인, 어린이에 관계없이 총 3회를 접종한다. 예방접종이 꼭 필요한 대상은 모든 영·유아와 B형 간염 항원과 항체가 모두 없는 성인으로,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환경에 있는 B형 간염 보균자의 가족, 수혈을 자주 받는 환자, 혈액투석 환자, 주사용 마약중독자, 의료종사자, 집단시설 수용자 등은 반드시 접종한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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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혈검사를 통해 B형간염을 진단하는 모습.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채혈검사를 통해 B형간염을 진단하는 모습.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도움말=이태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도움말=이태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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