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남용 가능성 커 경각심 되새기고 대비 힘써야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정보화 시대를 언급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팡파르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올해 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세돌과 알파고 간 바둑대결은 그 개막행사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까지 철과 석유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디지털 정보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 정보로 무장한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와 같은 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산업지도가 새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삶도 더 윤택해질 것이다. 특히 전자, 정보통신, 로봇공학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우리로서는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함께 다소 우려되는 면도 있다. 디지털 정보는 한번 생성되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철부지 어린 시절 학교칠판에 짓궂게 낙서한 내용은 아무도 기억 못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무심코 쓴 글은 평생 남는다. 문제는 디지털화된 개인정보가 전달되고 저장되면서 프라이버시 보호와 충돌하게 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디지털화된 개인정보의 수집·가공·이용이 더욱 수월해지면서 개인정보의 무단유출이나 오·남용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것은 사생활 침해일 뿐만 아니라 회복하기 어려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건전한 시장거래의 필수요소인 신뢰가 사라질 수 있다.

시장경제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공정위로서는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고 소비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쟁정책을 추진 중에 있으며,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공정위 차원의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사건접수, 조사, 심의 및 의결 등 사건처리 전 과정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최소 보유, 최대 보호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즉, 개인정보 보유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불필요한 개인정보 파일을 삭제하고, 법령에 따라 부득이하게 보유해야 하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이를 암호화하여 보관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공정위 자체 사이버안전센터를 통해 365일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편, 불공정약관 심사를 통하여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시 온라인 사업자들이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다하였음을 입증해야만 책임이 면제될 수 있도록 사업자의 면책 범위를 축소하였고, 온라인 사업자의 개인정보 수집항목을 최소화하여 이용자가 실질적인 동의·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하였다.

아울러, 소비자피해주의보를 적시에 발령하여 사업자들이 할인쿠폰 증정 이벤트와 같은 기만적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행태에 대해 소비자들이 주의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마고 셀처(Margo Seltzer) 하버드대 교수는 2015년 다보스 포럼에서 "과거에 알던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실현될 수 없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프라이버시는 죽었다."라고 주장하였다. 디지털 정보가 새로운 산업시대에 중요한 자산이 되어가는 마당에 개인정보에 대한 강한 규제는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개인정보로 얻는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과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를 잃으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의 문턱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되새기고 미리 대비할 시점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