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관측된 이래, 최고 강도인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뿐만 아니라 서울, 대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고 이후 400여 차례의 여진이 계속돼 시민들을 불안케 했다. 과거에도 지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지진은 한순간에 인명과 재산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규모 6.2의 지진은 292명의 사망자와 5조 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4월에 일어난 규모 7.3의 일본 구마모토 지진은 95명의 사망자와 20여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케 했다. 국립방재연구소의 모의실험결과를 보면 서울 도심에 6.5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10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6만여 채의 건물이 파손된다고 한다.

지진과 같이 불시에 찾아오는 천재지변의 자연재해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수많은 지진을 경험한 일본은 지진조기예측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지진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단지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으로부터 오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뿐이다.

정부는 지진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1997년 `자연재해대책법`을 제정해 고층건물, 교량, 터널 등 31종에 대해 내진 보강을 연차적으로 의무화 하였다. 건축물은 현행 건축법상 3층 또는 500㎡ 이상이 해당되며 지진규모 6.5정도에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법제정 이전에 지은 노후화된 건축물이다.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내진보강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지만 내진율은 41%에 불과하고 민간건축물은 지방세 감면과 건폐율 완화로 내진보강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공공시설물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번 경주 지진에서 피해가 적은 것은 내진설계가 반영되고 부실시공 없이 견고하게 건설되어서라는 의견도 있듯이 지진을 대비하는데 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정부나 국민이나 지진에 대해 무관심하고 대비에 소홀한 게 사실이다. 그동안 크게 피해를 줄만큼 발생하지도 않았고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였다.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은 "재난을 미리 짐작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 재난을 당하고 나서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훨씬 낫다"라며 미리 대비하라고 하고 있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국가는 지진이 발생하면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알릴 수 있는 지진경보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고 대응매뉴얼을 만들어 전파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문제는 내진보강에 소요되는 엄청난 돈이겠지만 지역주민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느 사업보다 우선해야 한다. 국가도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진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한편, 지진 대비 요령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야 한다. 또한 각 학교와 고층건물에서는 지진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실제와 같이 준비해 지진대피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가정에서는 가구가 넘어지거나 물건들이 떨어져 다칠 수 있으므로 가구들을 고정시키고 높은 곳에 되도록이면 물건들을 올려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상황에서도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은 늘 그렇듯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수많은 지진을 겪은 일본처럼 대응할 수는 없겠지만 철저하게 하나하나 대비해 나간다면 지진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류택열 대전시 재난관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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