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자랑 할 수 있는 현대사적 가치가 높았던 도서관 2동을 우리는 부셔놓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무덤하게 살아가는 지금을 생각해보면 은근히 무기력한 자신을 질책하고 싶다.

우남도서관은 1957년 준공한 대흥동 `우리들공원`에 있던 제 초대 대통령인 우남 이승만(1875-1965)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기념도서관이었다. 1962년 화폐개혁 이전인 1959년에 발행된 100환짜리 동전 앞면에는 국장인 봉황새가 단기 4292년이라는 표기가 있고, 뒷면에 이승만 대통령의 옆모습이 새겨있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치면, 의자를 책상위에 얻어 들어서 뒤편으로 옮겨놓고 줄지어 서서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대통령 할아버지 탄신 80주년을 축하합니다.`라는 찬양 노래를 부르고나서 집으로 갔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던 밤, 이 건물의 외벽 유리창은 성난 학생들의 돌팔매에 모두 깨졌다. 그 상태로 버려져 있다가 1961년부터 KBS 대전방송국이 사용했고, 1978년 KBS 대전총국이 목동으로 이전하고 나서 중구청 별관으로 쓰이다, 1982년부터는 연정국악원으로 2004년까지 헐리기 전까지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건물을 대전광역시청사 공사비의 대물로 지급된 중구청사와 교환되어 개인에게 소유주가 바뀌면서 슬그머니 헐리고 만다.

대능도서관은 대전에서 활동한 1세대 건축가의 선두주자였던 조정환(曺正煥,1919-2003)이 설계한 대흥동에 있는 대전고등학교 학생도서관으로 1963년 지워진 대전지역을 대표하는 현대건축물 이었다. 이 도서관은 모든 입면의 구성이 뛰어나서 균형 잡힌 입면의 처리, 건축동선 흐름의 기능적인 원칙을 고수한 평면의 구성과 경사지를 이용한 단면의 형성이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세 입면이 서로 다른 주요 구성인자로 형성하여 풍부한 면을 보여 주며, 대지 형태에 따라서 중앙의 2층 홀을 중심으로 방사형의 평면을 구성하여 공간의 영역을 4개의 성격이 서로 다른 크기와 위치, 모양, 방향 등의 형태적 속성의 차별화된 볼륨으로 이루어졌다.

이렇듯 세계적인 현대건축 거장 르 꼬르뷰제의 5원칙에 가장 잘 순응한 우리나라 건축물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교사 확장을 위하여 2008년에 아무런 저항도 없이 중장비의 굉음과 함께 한나절 만에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지금은 이 건물이 사라진 사실 조차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흔적이 없이 고요하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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