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대학총장 임명·송민순 회고록 비상식적인 일 판쳐도 모두가 나몰라라 국회는 실상 파헤칠 의지 있는지 의문

요즘 우리 주변은 비상식 투성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정보가 공유되는 투명박식한 세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미스터리 투성이다. 예를 들어 최순실 문제를 보자. 명색이 집권당인 여당의원들도 도대체 최순실이 누구이며 뭔데 이렇게 시끄럽냐고 묻는다.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그 많은 국회의원, 정치인, 언론도 최순실을 만나서 직접 얘기를 들어본 사람이 없다. 당신이 최순실 맞냐? 당신이 미르재단인가 뭔가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데 맞냐? 박근혜대통령을 좌지우지한다는 데 사실이냐?고 물어라도 본다면, (물론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속이라도 덜 답답할 것이다.

국회는 국민다수가 알고 싶은 무슨 의혹이 있으면 이를 조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당장 불러올 수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은 최순실의 위력이, 국회도 꼼짝 못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산업화 민주화가 됐다고 떠들지만 말짱 헛것이다. 최순실이 죽은 것도 아닌데 몇 달째 떠들기만 하지 손도 못대는 나라, 그 나라의 국회와 정부가 과연 민주국가의 국회요 정부인가! 민주공화국? 멀어도 한참 멀었다. 영국은 1인1표제 보통선거법 만드는데 싸우고 또 싸우느라고 96년 걸렸다. 우리는 공짜로 얻었다.

대학 총장임명에도 미스터리가 많다. 대학에서 총장후보를 올려도 도대체 감감 무소식이다. 경북대 총장은 며칠전 겨우 임명됐다. 이것도 행정소송 끝에 어렵게 이뤄진 것이다. 그 꿍꿍이 속을 아무도 모른다. 지금 공주대를 비롯한 국공립대 6개가 비슷한 처지다. 담당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도 입을 봉하고 있다고 한다. 명패만 있지 권한은 딴 데서 행사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아무도 그 `딴데`가 어딘지 모른다고 한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수많은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매우 반지성적인 일이고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대단히 무지몽매한 짓이다. 한 언론사의 고참기자는 "언론사에 몸담은 내가 이렇게 답답한데 국민은 어떻겠는가"고 한탄했다.

이러니 개헌이 세를 얻는 것 같다. 대통령제에 대한 실망이 쌓이고 쌓였다. 대통령의 문제인지 대통령제의 문제인지는 안따진다. 내각제나 이원집정제를 하면 정말 세상이 좋아질까? 우리는 맨날 위기속에 살아야 할 운명인데 문제는 없나? 성급하게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이 차지해온 수많은 노른자위를 여야가 사이좋게 나눠먹자는 속셈은 아닐까? 결국 누구 좋은 일만 시키고 힘없는 백성은 골병드는 것이 아닐까? 개헌파들은 이런 의문에 빨리 답해야 한다.

최근에 송민순회고록 파동을 보면 가관이다. 다급하면 아니다, 모른다, 그런 질문하지 마라고 하면 된다. 이것이 우리의 정치수준이다. 당시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 외무부장관까지 지낸 핵심인사가 만년에 자신의 명예를 걸고 쓴 것을 자꾸 사실이 아니라고 우긴다. 그것도 마주 앉아서 일을 같이 한 통일부장관, 정보부장 같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비난이 두려운 것이다. 아니 김정일에게 찬성할까요 반대할까요하고 물어봤다면 당장 몰매를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권하겠다고 미리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짓이다. 외교안보 인식의 수준을 의심케 한다. 북한인권은 세계 최악이고 다른 나라들은 들고 일어나는 데 동맹국인 미국까지 물먹여가면서 북한편을 든 것이다. 색깔론만 외칠 일이 아니다. 둘째로는 문재인이라는 유력 인물울 보호하려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의 문재인 비서실장은 당시 어디로 보나 실세중의 실세다. 그가 있는 자리에서 결정된 일인데 본인은 기억이 안난다고 하고 옆 사람들은 그를 열심히 변호하고 있다. 북한의 제1차 핵실험이 있었던 다음해에도 이렇게 굽신거린 것이다. 당시에 남북대화가 걸려 있었다고 하지만 그런 저자세로 김정일의 환심을 사서 핵도 막고 평화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김정일이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 것인가. 봉이 따로 없다.

순천향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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