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부터 심정이 무거울 것이다. 청년의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문단의 원로작가와 이를테면 성적 가해자의 얼굴이 동시에 오버랩되는 상황이니 열패감이 앞설 수밖에 없을 듯 싶다. 그날 참석자중엔 최초 고발자와 다른 주장을 하는 인물이 있어 사실관계가 충돌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다만 박 작가가 당시 포괄적 상황에 대해사과의 글을 올린 마당에 또 다시 '갈등 전선'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작가의 인터넷 블로그 '관리자'도 공지를 통해 "(피해)당사자가 기분이 나빴다면 결과적으로 잘못된 농"이라고 규정했으면 사회적 통념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지역민 정서도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박 작가는 충남 논산 연무대에서 나서 강경에서 소년·청년기를 보냈다. 그의 소설집에 강경이 허구적 무대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논산이 문학적 뿌리임을 증명한다 하겠다. 그는 지난 2011년 말 논산시 가야곡면 조정리로 귀향을 결심했다. 이후 2년만에 탑정호수가 한눈에 잠기는 그의 호를 딴 집필관 '와초재(臥草齋)'에서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펴냄으로써 건재함을 과시했다. 논산이 이모저모 '박범신 효과'가 상승하게 된 것도 이런 박 작가의 존재감과 무관치 않다 할 것이다.
박 작가 사례는 이른바 '셀러브러티(명사 또는 유명인사)' 집단의 도덕성재무장에 대한 메시지일지 모른다. 문학 영역도 예외일 수 없다.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독자의 소비로 쌓은 명성도 순간의 일탈로 생채기가 날 수 있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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