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작가는 영화 '은교'의 원작소설로 많이 알려져 있다. 만 70세인 그가 갑작스런 성추문 당사자로 지목되는 바람에 자신의 문학적 성과에 어울리지 않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2년 전 자신의 수필집 출판사 편집팀과 가진 반주를 겸한 어느 식사 자리가 화근이 됐던 것 같다. 당시의 부적절한 신체접촉, 성적 농담 등이 부메랑이 돼 박 작가의 도덕성을 정조준했고 일도 커져버렸다. 어제 그는 SNS에 "아픈 회한이 날 사로잡고 있는 나날"이라며 거듭된 사과 표명과 함께 자책성 글을 올렸다.

독자들부터 심정이 무거울 것이다. 청년의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문단의 원로작가와 이를테면 성적 가해자의 얼굴이 동시에 오버랩되는 상황이니 열패감이 앞설 수밖에 없을 듯 싶다. 그날 참석자중엔 최초 고발자와 다른 주장을 하는 인물이 있어 사실관계가 충돌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다만 박 작가가 당시 포괄적 상황에 대해사과의 글을 올린 마당에 또 다시 '갈등 전선'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작가의 인터넷 블로그 '관리자'도 공지를 통해 "(피해)당사자가 기분이 나빴다면 결과적으로 잘못된 농"이라고 규정했으면 사회적 통념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지역민 정서도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박 작가는 충남 논산 연무대에서 나서 강경에서 소년·청년기를 보냈다. 그의 소설집에 강경이 허구적 무대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논산이 문학적 뿌리임을 증명한다 하겠다. 그는 지난 2011년 말 논산시 가야곡면 조정리로 귀향을 결심했다. 이후 2년만에 탑정호수가 한눈에 잠기는 그의 호를 딴 집필관 '와초재(臥草齋)'에서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펴냄으로써 건재함을 과시했다. 논산이 이모저모 '박범신 효과'가 상승하게 된 것도 이런 박 작가의 존재감과 무관치 않다 할 것이다.

박 작가 사례는 이른바 '셀러브러티(명사 또는 유명인사)' 집단의 도덕성재무장에 대한 메시지일지 모른다. 문학 영역도 예외일 수 없다.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독자의 소비로 쌓은 명성도 순간의 일탈로 생채기가 날 수 있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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