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과소평가 되었다 제프 콜빈 지음·신동숙 옮김·한스미디어 352페이지·16000원

인공지능은 인류의 궁금증이자 한편으로 공포이다. 그 한 켠에는 로봇이 자리잡고 있다.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하고 결정을 내리며 행동하는 일은, 인류의 기대를 매일매일 증폭시키고 있다. SF영화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일들을 다룬 이야기를 통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결국 현실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한 일이다. 이후 각종 매체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일부는 `인공지능 포비아(Phobia)`라는 비관적 시각도 나타냈다.

물론 아직까지 인공지능 수준은 다방면에서의 의사결정을, 정확히는 사리분별을 할 수 있을 정도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의사결정을 담당할 고위직 인력, 컴퓨터를 개발할 사람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일자리는 노동 연령에 속한 인력의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며 노동 인구의 생활수준 향상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수백만 명이 기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일자리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의문은 기업, 교육, 경제, 정책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책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의 저자 제프 콜빈은 비관적 전망, 예측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기술이 역사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현대에서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과거 노동자들에게 필요했던 기술적이거나 교실에서 학습하는, 좌뇌를 활용한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유리한 분야는 공감, 창조력, 사회적 민감성, 스토리텔링, 유머, 인간관계 형성 등 인간의 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지속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이다. 특히나 이러한 분야는 인간을 대신할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닌 인간에게서만 구하려는 본능 자체로 굳어진 상황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저자는 기술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컴퓨터보다 더 잘 하려고 애쓰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런 대결이라면 인간이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인간의 능력을 계발하고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경험을 풍부하게 양성해야 한다. 인간의 존재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인간다운 존재로 만드는 방법뿐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에게, 위대한 존재가 될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력한 어조와 방식을 통해 증명한다.

과거에는 기계와 비슷한 기능을 해내는 사람을 우수하다고 평가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요즘은 인간다울수록 우수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뛰어난 사람이 되는 과정은 인간의 지식보다 인간의 본성적인 모습과 더 밀접하다. 팀을 이뤄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인간의 본능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교환하고, 발전시키고, 수용하고 거부한다. 곧 이런 일련의 과정은 집단적인 수행 능력을 향상시킨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논리를 토대로 앞으로 인간의 존재는 인간의 모습에 더 가까워야 하고 시대가 변할수록 인간 본연의 모습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나은 삶을 창조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인간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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