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신청자 올 9월 5398명 전년比 53% 늘었다지만 비율 7.4%… 걸음마 수준 공동육아 문화정착 필요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주변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자를 여간해서는 찾아 보기 어렵다. 전체 육아휴직자 대비 남성의 비율이 작을뿐더러, 남성 육아휴직자 수도 전국에서 수천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육아휴직의 정착이 저출산 사회 탈출의 선결조건이라고 지적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남성 육아휴직자수는 3523명에서 올해 9월 기준 5398명으로 전년 대비 53.2%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7.9%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대전의 공직사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전시청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남성 육아휴직자는 6명으로 여성 육아휴직자 105명의 5.7% 수준이다. 대전시교육청도 같은 기간 남성 육아휴직자는 2명, 여성은 324명으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대전지방경찰청도 남성 11명, 여성 70명으로 여성이 훨씬 많다.

남성이 여성보다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이나 사회가 남성에게 요구하는 역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부터 경제적인 측면은 남성이 책임져야 하고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굳어져 있어 남성 육아휴직은 아직 생소하기만 하다.

실제 대전시청에서 근무하는 한 주무관은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것은 적지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공직사회가 다른 분야에 조금은 비해 경직돼 있다 보니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며 "아내와 자식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의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남자가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업무가 많아 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동료들이 발로 뛰며 고생하는데 혼자 육아휴직을 내기가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산률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은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인 만큼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부담을 남성 육아휴직 정착을 통해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녀가 자라면서 대부분 여성을 통해 교육을 받는 만큼 성 정체성 확립 측면에서도 아빠의 육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혜자 대덕대학교 영유아보육과 교수는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 혼자 육아를 전담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정착된다면 출산률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또 요즘 아이들은 자라면서 엄마,여교사 등 대부분 여성에게 육아 및 교육을 받는다. 이는 성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지 않고 남성성이 약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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