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묵향' 내일·22일 대전예당 전통·현대 만남… 신·구 캐스팅 조화 사군자 소재 수묵화 보는 듯한 무대

매·난·국·죽 사군자를 소재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국립무용단의 공연 '묵향(墨香)'이 21일 오후 7시 30분과 22일 오후 3시 대전 서구 만년동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3년 초연된 '묵향'은 고 최현의 '군자무'를 바탕으로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하고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디자인을 맡았다.

'묵향'은 초연 2년 만에 세계 무용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한국 춤의 신드롬을 이끌어냈다. 지난 2월 '홍콩예술축제'에 한국무용 장르로는 처음으로 초청받아 현지 관객의 호평 속에 전회 매진을 기록했으며, 지난 6월에는 최초의 한국 작품으로서 70년 역사의 프랑스 리옹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에서는 신구 조화를 이루는 주역 무용수 캐스팅을 주목할 만하다. 주역 무용수는 묵향의 매·난·국·죽에서 중심점을 맡아 각각의 장에 맞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감정선을 이끌어나가는 존재다.'매화'의 주역으로는 2013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미애와 함께 국립무용단의 신예 무용수 이요음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연분홍색 저고리를 입고 매화의 첫 장을 여는 주역 무용수의 솔로 춤은 단연 돋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강한 에너지로 꽃을 피우는 매화'를 표현하는 김미애와 이와 다른 자신만의 매화 이미지를 탐구해나가고 있는 신예 이요음이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난초'에서는 이석준이 주역을 맡는다. 그 역시 2013년 초연부터 난초의 주역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4중주가 배경음악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이석준은 보다 성숙해진 춤사위로 난을 그리는 선비의 풍류를 표현해낼 것이다.

'국화'는 우리 춤의 중후한 멋을 발산하는 장이다. 이번에는 국립무용단의 최원자가 새 주역으로 발탁됐다. 그는 해금산조 연주에 맞춰, 국화의 노란 빛이 그리는 온화하되 슬픈 감정선을 풍부하게 그려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선비의 기개를 담은 '오죽'은 대나무 장대를 타고 춤을 추는 남성 군무가 돋보이는 장이다. 오죽의 주역 조용진은 길고 곧은 장대들을 끌고 나가는 중심이면서 유일하게 장대 없이 솔로 춤을 추며 부드러움을 표현하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는다.

대전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무용과 의상, 음악 등 작품을 이루는 요소들은 최대한 전통양식 그대로를 따르고 있다"며 "하지만 간결해진 전통은 관객에게 동시대적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제시하며 화선지 위로 그려지는 짙은 먹 선처럼 강렬한 춤의 잔향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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