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불화하는 예술인들이 특별한 취급을 받게 되는 블랙리스트 소동은 단지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노출하는 투명사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신 이 시대는 누구의 것이며, 이 시대에 속한 사람이란 진정 누가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1900년에 죽은 철학자 니체는` 반시대적 고찰`에서 시대가 자랑스러워하는 역사적 교양은 시대의 폐해이며 질병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진정한 고찰은 반시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신의 시대와 완벽히 어울리지 않는 자, 자기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아 비시대적인자로 취급받는 그들이 진정한 동시대인이라 했다.

현대 유럽을 대표하는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장치란 무엇인가`에서 니체를 인용해 시대에 너무 완전히 일치하는 자들, 모든 점에서 시대와 완벽히 어울리는 자들은 동시대인이 아니고, 자신의 시대를 증오하지만 벗어 날수 없는 인간을 동시대인이라 칭했다.

동시대성이란 거리를 두어 시대착오적 고찰을 하며 시대와 불화하지만, 시대에 들러붙음으로써 맺는 관계이다. 그저 어울려 편히 사는 사람을 동시대를 산다고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아감벤은 동시대인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지각하는 자이며, 펜을 현재의 암흑에 담그며 써내려갈 수 있는 자라고 설명한다. 반시대성 시대착오 덕분에 도리어 시대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동시에 암흑 속에서 누구도 발견할 길 없던 빛을 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도리어 희망을 찾아내는 자들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시대와 불화하는 자들이 도리어 동시대인이라는 통찰은, 시대에 협력하며 안주하는 자들에 의해 세상이 변화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현실에 가장 적합한 동시대인은 역시 예술가들이다.

그들은 늘 현실과 불화하며 현실주의자들의 현실 너머를 고찰하여 발언하고 행동한다. 그들이 있어 일상인들을 자기 일에 열중하게 한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예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예술인들의 시대 인식과 자기표현을 위한 시공간을 제한하는 권력은 자신이 진정 이 시대에 속한 동시대인인가 자문해야 한다. 또한 예술은 한 시대의 특정한 문제에 대한 반응으로 존재하게 된 것을 기억해야한다. (사)백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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