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국민을 위한 통치권 위정자들 개인영달 악용 권력 참실천 개선 나서야

두 살 난 어린아이가 교통사고로 다쳐 병원을 전전하고 뒤늦게 수술했지만 사망했다. 슬픈 일이다. 연관된 병원들 중에는 가장 조직적이며 제대로 갖춰진 권역응급센터가 있었다. 이런 권역외상센터 몇 곳에 진료를 의뢰했음에도 중증외상환자를 적절히 치료하지 못해 사망했다면 일반인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린 중증외상환자의 사망은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지만, 그 결과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모순과 저수가의 부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 권역응급센터는 지역별로 의료인력 및 시설이 요건대로 잘 갖추어진 곳이다. 하지만 손상환자에서 제일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각 의료기관의 서로의 소통과 인력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를 정부관계부처에서는 징계를 하겠다고 조사 중이다.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전문의료인력`이며 의료시설이나 장비는 그 다음이다. 물론 이런 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미흡하다면 정확한 진단 및 치료는 어렵다. 하지만 인력과 장비가 두루 갖추어진 의료기관이 그리 많지 않다. 권역응급체계를 갖춘 의료기관에나 가야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곳에도 문제가 있다. 몰려드는 환자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비슷한 환자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내원한다면 나중에 도착한 환자를 담당할 `전문의료인력`이 부족해 치료가 지연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할 수밖에 없게 되며, 그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문제는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외상 전문의 및 간호 인력을 힘들고 고달픈 과정과 근무환경으로 누구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저수가정책과 의료분쟁으로 그들의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저수가로 일관한 양적 팽창만 해온 결과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연관의료기관을 징계하고 권역응급센터를 취소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중국 해적들이 우리나라 해상에서 노략질이 빈번하다. 이를 저지하던 해경고속단정이 침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인명피해는 없었다지만, 이로 인한 국민들의 정신적 박탈감은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거다. 3000톤급의 해경 경비함이 근처에 있었고 화기를 소유하고 있던 해경들이 있었다. 쇠꼬챙이와 손도끼로 행패를 부리는 해적들을 제압하여 해적선을 침몰시켜도 시원치 않은데 오히려 고속단정이 침몰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이때 제지하던 해경들은 해적들에게 어찌 그냥 당하고만 있었는지 한심하다. 그들에게 피 끓는 애국심이 없어서 내나라 창고를 약탈해 가는 도적떼들을 궤멸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부의 지시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별반 대처를 할 수 없었으리라. 그렇다면, 이로 인한 국민과 해경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누가 위로하고 책임질 것인가.

국민과 국토를 지배하는 권력인 국가권력을 통치권이라 한다. 통치권이란, 국토를 지키고 국민의 안위와 복리를 위해 행사할 의무를 국가가 지며 이에 위반할 때는 담당자가 주권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이 통치권이 국민을 통제하고 규제하며 구속하는데 쓰여서는 안 되며, 오롯이 국민의 권익을 위해 제대로 쓰여야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런 권력의 주체가 바뀌어 있는 듯하다. 권력이 개인영달이요, 부동산 투기며, 국민을 옥죄는 공권력이 되었다. 국민의 안위와 복리는 안중에 없고 외부 눈치 보기 바쁘다. 국민을 박탈감에 빠지게 하는 건 의료기관이 아니요, 해적도 아니요, 김정은 정권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가권력을 오남용하는 위정자요 권력자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죄다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도 모두 이런 되먹지 못한 권력오남용의 산물이다. 위정자들은 국민을 옥죄는 수많은 제도와 법을 하루 속히 개선하고 권력의 참 실천에 매진해야 한다. 내국민과 나라재산을 지켜내는 국권정립이 절실하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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