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손상 핵연료봉 보관 주민에 숨겨 논란

지난 30년 동안 대전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봉이 계속해서 밀반입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핵연료봉이 보관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경우 대전 유성구 구즉·관평·전민동 등 인구가 밀집된 주택가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대전 유성구와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전 유성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지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총 21회에 걸쳐 고리·울진·영광 등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사용후 핵연료가 반입됐다. 특히 손상된 핵연료까지 대전에 반입된 것으로 알려져 원자력 피폭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대전에 반입된 타지역 폐 핵연료봉은 총 1699봉(약 3.3t)으로, 이 중 사용 후 핵연료봉은 1390봉, 손상된 핵연료봉은 309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폐 핵연료봉은 각급 원자력발전소 내부에서조차 실제적인 이동이 금지된 것으로, 대전에는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 연구를 명분으로 반입됐다.

파이로 프로세싱이란 핵연료의 원자력 발전 후 남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해 다시 원자력발전의 핵연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통상 폐연료봉과 손상된 연료봉은 사용중 핵연료봉에 준하는 방사능 위험물로 외국의 경우 발전소 안에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유입된 대전에는 이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대량 저장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대전은 원자력연구원과 한전원자력연료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총 2만 9728드럼이 보관된 상황이다. 이는 고리 원전 총 4만 드럼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대전에 밀반입된 방사성폐기물은 지진,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용후 핵연료가 보관돼 있는 원자력연구원은 인근에 대형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대전의 대표적인 거주지역이다. 실제 원자력연구원 반경 2㎞ 내에 주민 3만 8000명이 거주하고 있고, 학생 수도 7000명에 달해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도심과 원거리에 원전이 위치한 고리와는 기본적 상황이 다르다는 것.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용후 핵연료인 폐연료봉과 손상핵연료가 1699개나 보관돼 있는데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한 것은 주민 안전과 신뢰를 저버리는 명백한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구원은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맞춰 사용후 핵연료봉을 반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에 보면 오는 2035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완공하게 돼 있는데, 그 시설이 완성되면 그곳으로 보내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력안전법에 나온 안전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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