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3명중 1명 '4년제 대졸자' 17년만에 첫 30만명 돌파 외환위기 보다 실업률 2배 초단기 근로자 5년來 최대

급격히 차가워진 날씨처럼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이 얼어붙고 있다. 대기업 공개채용의 문은 평년보다 좁아졌고 초단기 근로자는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고용한파를 실감케 했다. 실업자 3명 중 1명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로 나타난 만큼, 취준생들은 눈을 낮추라는 요구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졸업 후 2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박모(30) 씨는 지난 9월부터 시작한 대기업 공개채용에서 벌써 3차례 고배를 마셨다. 3곳 모두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도 서류전형에서 떨어지기는 했으나, 올해 떨어진 3곳 중 1곳은 지난해에 서류전형에서 합격했던 곳이라 박 씨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자신이 목표로 했던 대기업의 공개채용은 이미 진행중이거나 접수가 마감된 만큼, 곧 일정이 다가오는 공기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9월까지 4년 대학을 졸업한 실업자 규모는 31만 5000명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래 처음으로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기간 동안 실업자는 98만 5000명으로 4년제 대졸자 실업자는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대졸자 실업자 수가 16만 100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수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대 졸업자를 포함할 경우 3분기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의 비줄은 44.5%에 달한다. 실업자 2명 중 1명은 최소한 전문대 졸업자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전반적인 학력은 높아졌지만 그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업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하루에 짧게 2-3시간 일하거나 일주일에 3-4차례 근무하는 초단기 근로자가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업시간별 취업자를 보면 일주일 근로시간 1-17시간 취업자는 올해 3분기 기준 134만 3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만 1000명 늘었다.

박 씨는 "취준생에게 눈을 낮추라는 조언보다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시대에 맞는 상황이 있고 눈높이가 있다. 기성세대의 잣대로 지금의 세대를 재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