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방사능 대비 안하면 훨씬 큰 피해 원전 건설 예산 안전시설 투입 최우선 핵연료 사용료·인력 등 합리적 개선을

원자력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 원자력발전소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소의 존재 이유인 만큼 경제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만약에 사고가 나면 방사능이 발전소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면 사람과 자연환경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것도 매우 오랜 시간 동안이다. 그 이유는 방사능이 없어지려면 소위 반감기라는 기간을 여러 번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반감기란 방사능의 절반이 없어지는 기간을 말한다. 원자력에서 안전이란 원자력발전소를 운전하면서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모든 조치를 말한다.

안전에는 당연히 돈이 든다. 아마도 그 돈의 많고 적음은 해당 사회에서 생각하는 사람의 가치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안전에 들이는 돈이 절대 아깝지 않을 것이고, 사람의 생명보다도 다른 것이 우선하는 사회에서는 안전에 들이는 돈은 낭비라고 여겨질 것이다. 원자력에서는 안전이 경제성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되어야 한다.

안전의 첫 번째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전에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돈의 규모는 미래에 예측되는 사고 중에서 어느 정도의 사고에 대해 대비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몇 년 전에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규모 9 정도의 지진에는 미리 대비를 해서 무사했다. 하지만 10m 정도 높이의 쓰나미에만 대비하였기 때문에 그것 보다 훨씬 높은 쓰나미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10m 높이의 파도에 대비하는 것과 그것보다 훨씬 더 높은 파도에 대비하는 것과는 들어가는 돈의 크기는 매우 다를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이야기이지만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보다 지진의 진앙에 더 가까이 있던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는 같은 쓰나미의 재앙으로부터 안전했다. 그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미리 10 미터보다 훨씬 높은 쓰나미에 대비한 방벽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안전을 위해 쓰는 돈이 전체 건설비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고 한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위해 설계기준이 되는 사고는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파이프 중에서 가장 직경이 큰 파이프가 양단이 되어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가 모두 흘러 나가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가 처음 지어질 때인 1960년대 초에는 이러한 파이프의 파단사고가 가장 심각한 사고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미 이러한 사고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즉, 1979년 미국의 TMI 사고,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그리고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이다. 이들 사고는 모두 핵연료가 녹아서 그 속에 있던 많은 양의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사고와는 다른 부안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사건과 밀양의 송전선 사건 등을 겪었다. 중대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직접비용에 해당할 것이고 우리나라가 겪은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한 비용은 간접비용에 해당할 것이다. 원자력발전의 비용을 고려할 때 이제는 직접비용뿐만이 아니라 간접비용까지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제도도 원자력 안전에 간접적이지만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원자력발전 단가로 인해서 정작 투자되어야 하는 안전 비용이 무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핵연료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약 두 배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나은 여건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핵연료 가격이 절반밖에 안된다면 핵연료 제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아야 한다. 가동 중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는 정부의 안전요원의 숫자도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적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이 무조건 싸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사람을 무시하고 안전을 희생한 가격이 아닌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초빙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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