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수렴 무시·형식적 학교장 설문 논란도

세종시 아름동 주민들이 나래초 인근 육교 설치를 놓고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가재마을 7단지 주민들은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 육교 설치를 주장한 반면 범지기마을 4단지 주민들은 육교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4단지 주민들은 LH세종본부가 육교 설치 과정에서 4단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를 추진해 이해할 수 없다며 직접적인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찬반 골이 깊어진 데에는 나래초등학교가 교장 명의로 학부모 설문지를 발송하면서 4단지 주민들을 무시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13일 나래초와 4단지 주민 등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11일 `보행데크 설치`와 관련해 설문지를 발송하면서 `7단지와 학교 사이에 설치하기로 계획했던 보행데크를 4단지 주민들의 반대 민원으로 공사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설문지를 발송하면서 응답지에는 학부모와 거주 아파트 단지까지도 게재하도록 했다.

설문지를 받은 4단지 한 학부모는 "어떻게 학교장이 특정 아파트 단지를 무시하는 내용을 담아 전교생에게 발송할 수 있느냐"며 "육교 설치와 연관 있는 4단지와 7단지 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 주민들에게까지도 발송하면서 공개적으로 우리를 비난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찬성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명을 쓰고 찬반 의견을 내라고 하면 누가 반대한다고 쓸 수 있겠느냐"며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학교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이런 게 무슨 설문조사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학교 측에서는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설문지를 보낸 것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4단지 주민들은 육교 설치를 추진하는 LH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한 주민은 "피해 당사자인 4단지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공사 절차를 진행해 며칠 전 육교설치 지역에 깃발이 꼽히는 것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며 "LH에 따지니 알리지 않은 것은 잘못했다고 하면서 우리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육교 설치는 지난 2013년부터 민원이 제기돼 충분한 검토 절차를 거쳐 추진하게 됐다"며 "4단지는 육교 설치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진행 과정에서 배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7일 4단지 주민도 모인 가운데서 설명회를 진행했고, 12일 4단지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공문을 발송한 상태"라며 "19일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육교 설치 위치가 조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육교 설치는 나래초 앞 도로가 보조간선도로이면서 경사도가 5% 이상이고 횡단보도 7차로, 스쿨존 30㎞/h 하향 불가 등의 이유로 추진됐다. 4단지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 우려와 육교 설치로 인한 교차로 신호등 가림, 겨울철 육교 경사의 미끄러움으로 인한 낙상사고 위험 등의 이유로 육교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오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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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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