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내가 사랑한 남자 or 나를 사랑하는 남자, 행복한 고민인걸까

속된 말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명곡이 시대에 관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듯, 나름의 클래스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시대를 관통한다. 이는 훌륭한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디즈니의 인기 동물 캐릭터나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들이 그럴테다. 브리짓 존스 역시 그런 클래스가 있다.

르네 젤위거라는 배우를 단박에 사랑스러움의 대명사로 만들어 준,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그런 캐릭터다. 물론 `클래스가 있다`는 것은 완벽을 뜻하지 만은 않는다. 우리가 아는 브리짓은 실수 투성이에 못생기고, 어찌 보면 답답하기까지 한 구멍 투성이니까. 그런데 그 부족함이 결코 밉지 않다. 오히려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움의 새로운 정의를 썼다고 봐도 무방하다.

브리짓(르네 젤위거)은 연애정보회사의 CEO인 잭 퀀트(패트릭 뎀시)와 사고를 친다. 전 남자친구인 마크(콜린 퍼스)와 이별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마주치게 되고, 브리짓과 마크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 여전히 애틋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은 순탄치 않다. 항상 그렇듯 호락호락하지 않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도 브리짓은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고, 결코 놓칠 수 없는 두 남자 사이에서 브리짓은 갈등하게 된다.

소포모어 징크스까지 깨부순 브리짓의 일대기다. 이번에 개봉한 3편은 1편의 흥행과 호평을 뛰어넘는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로 관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샤론 맥과이어 감독이 이미 15년 정도 지난 시리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브리짓 존스의 모델은 샤론 맥과이어다"라는 원작자 헬렌 필딩의 말이 있을 정도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특히 감독은 새로운 직장 동료뿐만 아니라 휴 그랜트가 맡았던 다니엘 클리버의 빈자리를 채울 강력한 라이벌까지 만들어내며 다시금 이야기에 촘촘한 구조를 세웠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브리짓 존스의 이야기의 정서가 전혀 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연애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직장 등 젊은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해당 시리즈만의 결을 잃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본작 역시 감독의 의도가 온전히 드러난다. 이는 브리짓 존스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 동안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때문에 역시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르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우리 모두가 겪는 일들을 그녀도 겪고, 결국 이겨내는 모습에 사람들이 뭔가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콜린 퍼스 역시 "르네 젤위거의 연기가 정말 완벽하고 천재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 과거에도 그랬듯 두 배우의 호흡은 이번 작품에서도 완벽하다.

특히 새로 합류한 패트릭 뎀시는 "난 새로 굴러들어온 돌"이라며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배우와 감독간의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르네 젤위거는 "잭은 사랑스럽고 활기차고 잘생기고 멋있고 웃기고 짓궂은 캐릭터를 맡았다"며 "휴 그랜트가 맡은 캐릭터와 비슷한 것 같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덕분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고 칭찬했다.

이처럼 좋은 호흡과 좋은 이야기를 가졌지만 기존에 갖고 있던 색깔과 비슷하면 질릴 법도 할테다. 그러나 속편이 오랜만에 등장한 덕인지 영화는 매우 새롭고도 재미있다. 올 가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화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전희진 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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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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