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지진에 온국민 불안·공포 통보·재난문자발송 시스템 문제 심각 정기적 지진대피훈련 등 대책 마련을

저녁 식사 후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었는데 뭔가가 출렁이는 강한 진동을 느꼈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무서운 지진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TV는 드라마와 교양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방송하고 있고 재난문자 같은 것은 오지 않았다. 일주 후 더 큰 지진에도 재난문자는 결국 오지 않았다. 이번과 같은 지진의 경우 재난문자가 발송된다는 것을 나중에 보도를 보고야 알았다. 그저 다른 나라 일이거늘 여겼던 지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되었다.

자연재해는 막을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대처는 인간의 몫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나중에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사전에 지진에 대한 대처가 수립되었는지조차 한심스러운 지경이라고 한다.

일례로 지진이 발생하면 기상청은 내륙에서 규모 3.5 이상(해역은 4.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2분 이내에 팩스, 인터넷,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주요 정부기관 및 국가기관 사업자 등에 `지진속보`를 전송하게 되어 있으며, 이후 정밀 확인을 통해 5분 이내 `지진통보`를 하게 돼있다.

그런데 청와대를 비롯해 국가정보원, 국무총리비서실, 국민안전처 심지어 대국민 재난문자발송 업무를 수행하는 국민안전처의 경우 `조사분석관실`과 `지진방재과` 등도 팩스를 수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이쯤되면 직무유기를 넘어 정부의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진에 관한 한 일본의 대응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절차와 내용 면에서 부러울 따름이다. 우선, 절차적인 측면이다. 지난 9월 26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임시국회 개원일을 맞아 일본 국회에서 연설을 하던 중 이를 생중계하던 NHK에서 긴급 지진 속보가 경보음에 이어 자막으로 전송됐다. 우리나라의 지진과 비슷한 진도였다고 한다. 지진 발생 1분도 안 돼 NHK는 아베 총리의 연설을 중단하고 지진속보체제로 전환하였다. 아베 총리의 국회 연설은 나중에 녹화로 방송하였다. 일본 기상청이 지진을 통보하기도 전에 전 국민에게 지진을 알리는 그 신속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내용적인 측면이다. 일본의 재난대비서인 `도쿄방재`에 대한 수요와 부러움을 낳고 있다. 도쿄방재는 도교라는 도시의 특성과 아파트의 내진화와 도교도의 내진 마크를 전제로 하고 있어 아파트의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내진 마크 제도가 아직 없는 우리의 경우에 직접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에 대한 대처 방법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도쿄방재의 행동요령 10가지를 소개한다. 1. 흔들림을 느끼거나 긴급 지진속보를 받았을 때는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행동한다. 튼튼한 테이블 밑이나 물건이 `떨어지지 않는`, `넘어지지 않는`, `이동하지 않는` 공간에 몸을 의지해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상황을 살핀다. 2. 화재가 난 경우 침착하게 불을 끈다. 3. 실내에서 넘어지거나, 떨어진 가구나 유리 파편 등에 주의하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4. 흔들림이 가라앉았을 때 피난할 수 있도록 출구를 확보한다. 5. 야외에서 흔들림을 느끼면 문이나 담에 접근하지 않는다. 6. 대규모 화재의 위험으로 신변의 위험을 느끼면 집합장소나 피난장소로 피난한다. 해안가에서 해일 경보가 발생하면 고지대 등의 안전한 장소로 피난한다. 7. 라디오, TV, 소방서, 행정기관 등으로부터 올바른 정보를 얻는다. 8. 우리집의 안전을 확인한 후 이웃의 안부를 확인한다. 9. 붕괴가옥이나 넘어진 가옥 등에 깔린 사람을 서로 협력하여 구출·구호한다. 10. 피난이 필요한 경우에는 차단기를 내리고 가스 밸브를 잠그고 대피한다.

유비무환이다. 이번 지진이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날 갑자기 재난문자가 연습으로 발송되고 지진대피훈련이 불시에 실시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는 영어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선제 고려대 초빙교수·미국 변호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