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사회 건설' 법안 시행 이견 없어 시행과정 준비 부족·사회 혼란 우려 불공정·부도덕 관습 개선 계기되길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불공정과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로 성장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시행과정에 너무 준비가 부족하여 큰 혼선이 발생하고 과도한 위축으로 업무가 경직되고 경제적으로 타격이 발생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법안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했다. 또 직무 관련자에게 일정규모 이상의 금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수수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물도록 했다. 한편, 금품과 향응을 받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부정청탁을 한 사람에게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공직자는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 즉시 신고해야 하며, 신고 의무를 어길 시에는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법안은 누구나 직접 또는 3자를 통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부정청탁 대상 직무를 인·허가, 인사 개입, 수상·포상 선정, 학교 입학·성적 처리 등 총 14가지로 구분하면서 일부 예외조항을 뒀다. 그러나 문제는 일상적인 업무설명과 청탁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민원인을 만나도 서로 말조심을 해야하고, 학교에서 학부모와의 접촉도 가능한 피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교수의 외부 자문이나 강의도 일단 피하고 있다.

시행과정의 몇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점을 생각해 보자.

첫째, 시행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이 법의 초안은 2012년 입법예고 됐고 2015년 국회를 통과해 금년 실행하기까지 4년이 지났는데도 실무적 준비가 부족해 수없이 쏟아지는 모호한 문제에 급급하게 대처하는 실정이다.

둘째, 적용대상이 불분명하다. 공직자는 대국민 서비스 업무를 하므로 민원인과 접촉하는 순간 직무 관련성이 발생돼 전 국민이 잠재적 범위에 속하게 되므로 함께 노력해야 실효성이 있다. 직접 대상자는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언론기관, 사립학교 교직원과 임직원 등 명확하지만 이를 기관에 참여하는 각종 자문 및 심의위원, 학교의 운영위원 등 민간인도 공무수행 사인으로 적용대상이 된다.

셋째, 적용범위가 불명확하다. 가장 모호한 부분은 직무 연관성이다. 국민권익위원회, 법원, 정부관계부처가 직무 연관성에 대한 유권해석을 서로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혼란을 가져온다. 또 금품수수의 적용성은 비교적 명확하나 직무관련 청탁의 범위가 모호하다. 공무원의 업무는 중앙과 지방, 또는 공직자간 협조가 필요하고, 대국민 서비스 업무를 하는 것인데 통상적 업무 설명이나 부탁과 청탁의 한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수용자가 느끼는 정도에 따라 청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에서 학생 개개인의 학교 적응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올바른 지도를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간 수시로 만나서 협의해야 하는데 이때 위법성 여부가 매우 추상적이고 작위적이다.

넷째, 매뉴얼이 없이 오락가락해 혼선이 크다. 정부가 공인하는 강사도 없어 강사마다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하고, 정부 부처마다 오락가락 하거나 제때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조기취업 학생의 출석인정을 청탁으로 규정했다가 뒤늦게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기도 하고, 기관마다 자체적으로 적용범위를 만들도록 하므로 기관마다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교수가 직무관련성이 있고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거나 회의형태인 강연, 기고, 발표, 토론, 심사, 평가, 의결, 자문 등 명목을 불문한 외부강의에 대해 횟수(월3회)나 금액을 제한하고 하고 있다. 교수는 연구의 성과인 전문지식을 자문이나 각종 발표를 통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전파하게 되는데 제약이 불가피하다.

이 법을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는 매우 크다. 그동안 부자나 권력자가 불공정하거나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과 권력을 취득한 경우가 많았기에 이들에 대한 불만이나 부정적 시각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불공정, 부도덕한 관습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대전교총 회장·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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