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의 탄생은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각자 전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우라노스의 아들 크로노스가 어머니 가이아를 괴롭히던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 잘라 바다에 던졌더니 그때 생긴 거품 속에서 탄생했다는 헤시오도스의 이야기를 더 선호한다.
아프로디테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성장해 조가비를 타고 뭍으로 올라와서 당당히 올림포스의 12신의 자리를 꿰찬 당찬 여신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빼어난 미모는 모든 남신들의 마음을 요동시켰지만, 절름발이에다가 신들 중에서 가장 못 생겼다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내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무뚝뚝하고 무식한 헤파이스토스는 대부분의 시간을 대장간에서 일에 파묻혀 보내며 이 아름다운 아내를 무관심으로 방치했다. 아프로디테는 유부녀임에도 아레스와 아도니스를 비롯해 수많은 신들과 바람을 피워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했던 애인은 전쟁의 신 아레스였다. 올림포스 신전을 발칵 뒤집어 놓은 그리스 신화 최대의 스캔들의 주인공인 둘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밀회를 즐겼지만 진작 남편 헤파이스토스는 아무것도 몰랐다. 오히려 헬리오스가 너무나 안타까워 귀띔해 줄 정도였던 것이다.
분노한 헤파이스토스는 찢어지지 않는 청동 그물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침대 주위에 그물을 쳐 놓고는 때를 기다렸다. 아프로디테는 그날도 아레스를 불러서 즐겁게 침대로 올라갔지만 기쁨도 잠시뿐. 그들이 침대에 올라 옷을 벗고 막 사랑의 불꽃을 태우려는 순간 헤파이스토스가 쳐놓았던 그물에 갇혀버렸다. 숨어있던 헤파이스토스에게 붙들린 이들은 우스꽝스러운 이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달려온 신들 앞에서도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이 장면을 많은 화가들이 다루었지만 특히 뮌헨의 알테 피나코텍 소장품인 틴토레토의 작품 `비너스, 에레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가 참으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철망 속에서 발버둥치는 알몸인 아내와 질투로 눈이 뒤집힌 남편, 이불을 뒤집어쓰고 통 속에 숨어있는 비겁한 애인, 거기다 이 모든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 자는 척하는 아들 에로스 등.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사건은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이 빚어낸 결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들 모두가 원하는 서로간의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보다 먼저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할 때 이루어지지 않을까?
보다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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