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재규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재규어는 아주 겁이 많은 짐승이었다. 재규어는 사소한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짐승이었다. 겁이 많다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뜻이 되기도 했고 그건 위험하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그런 동물은 위험한 상황에서는 일순간에 결정적인 반격을 했다.

라오레사 영감은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총을 쥐고 있는 손자의 어깨를 조용하게 누르고 있었다. 지코 소년은 극도의 긴장으로 가느다랗게 떨고 있었으나 영감은 어디까지나 침착했다. 영감과 소년은 그날 밤에도 보마에서 잠을 자지 않았으나 재규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총을 쏠 수 있는 시야를 만들어 놓기 위해 미끼가 묶여 있는 주변 풀들을 짧게 잘라놓는 것은 재규어의 경계심을 불러 일으킨 것 같았다. 미끼로 묶여 있는 양이 위험을 느낀 듯 밤새 가느다랗게 울고 있었으나 재규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 밤 재규어는 엉뚱한 곳에 나타났다. 아침이 밝았을 때 마을을 지키고있던 원주민 포수가 달려왔다. 재규어가 마을에 들어와 우리 안에 있는 양 한 마리를 물고 갔다는 말이었다. 그날 밤 열 서너 명이나 되는 원주민포수들이 마을 어귀에 불을 피워 놓고 밤새 경비를 했으나 재규어는 마을 뒤쪽에 있는 나무에 올라가 나무들을 타고 마을에 들어왔다. 그리고 소리 없이 우리 안으로 들어가 단 일격으로 양을 물고 갔는데 녀석이 어떻게나 빠르게 덮쳤는지 죽는 양도 함께 있던 양들도 비명을 지르지못했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는 그 재규어는 보마에 있던 영감도 속였다. 아침에 조사를 해보니 녀석은 미끼로 묶여 있는 양의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녀석은 예민한 후각으로 보마에 잠복하고 있는 사람들의 몸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총의 화약냄새를 맡았는지도 몰랐다. "이놈은 늙은 놈이야. 이놈은 늙은 내가 재규어를 알고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잘 알고 있어."

라오레사 영감은 그 늙은 재규어와의 첫 번째 싸움에서 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영감은 주변에 있는 마을들에 재규어가 들어오지못하도록 철저하게 경비를 하도록 지시하고 경계심을 일으키지못하도록 초원 한복판에 보마를 설치했다. 보마를 설치한 주변의 풀도 자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끼도 설치하지 않았다. 보마에 숨어 있는 사람들 자체가 미끼가 된 것이었다. 그건 아주 위험했다. 사람 키만큼이나 자란 풀들이 무성한 곳에 스스로 들어가 재규어와 싸우겠다는 계획은 무모했다. 그러나 영감은 사람의 몸 냄새가 나지 않도록 목욕을 하고 총기도 흙과 풀을 문질러 냄새가 나지않도록 했다. "됐어. 이제는 그놈과 끈기싸움을 해야만 해." 그렇게 보마를 설치하고 사흘 동안이나 잠복을 했는데도 재규어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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