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라오레사 영감은 목재회사에도 충고를 했다. 벌목장 주변의 풀들을 모두 잘라버리라는 충고였다. 벌목장에서 나무를 자르기 전에 주변의 풀부터 잘라버리라는 충고였다. 그래야만 재규어가 풀 속에 숨어있다가 나무꾼들을 기습하지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런 작업이 어려우면 산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풀들을 불살라버리라 고도 말했다. 포수들과 나무꾼 그리고 목재회사가 라오레사 영감의 경고와 충고를 받아들였더니 그 효과가 나왔다. 그때까지 며칠 만에 한 번쯤 일어났던 사고가 뜸해졌다. 재규어는 벌목장 주변의 풀들이 불타버리자 벌목장을 습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규어의 잔인한 사냥과 살육의 본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재규어는 광대한 산림과 초원의 여기저기에 산재하고 있는 원주민 마을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재규어는 마치 원주민 마을이 자기의 사냥터가 된 것처럼 밤낮 없이 습격했다. 젊은 남자들이 일터로 나간 마을들은 무방비상태였으며 며칠마다 희생자들이 생겼다. 그래서 마을 촌장들의 호소를 받고 라오레사 영감은 지코 소년을 데리고 피해를 입은 마을에 가봤다. 영감은 지팡이를 버리고 총을 지팡이로 사용하고 있었다. 재규어가 전날 새벽 마을에 들어와 마을의 양들을 돌보고 있는 소년 한 사람을 살해했다는 말이었다.

그 마을은 마을 어귀에 불을 피워 놓고 열 명쯤 되는 경비원들이 경비를 하고 있었으나 재규어는 새벽 무렵에 마을 담을 타 넘고 들어왔다. 높이가 2m나 되는 돌담이었으나 재규어는 가볍게 그걸 타 넘고 바로 양들이 갇혀 있는 우리 쪽으로 들어갔는데 그때 우리를 지키고 있던 소년이 고함을 지르자 재규어는 그 소년의 목줄을 끊고 시신을 물고 잡아갔다. 도망갈 때도 재규어는 소년의 시선을 물고 돌담을 타 넘어 간 것 같았다. 어찌할 수 없었다. 그곳 주민들에게는 아마존의 광대한 습지와 초원을 바람처럼 돌아다니는 재규어를 막을 힘이 없었다.

"이런 나쁜 놈…."

라오레사 영감은 총을 지팡이로 삼으면서 천천히 재규어가 남기고 간 핏자국을 추적했다.

재규어는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속에서 소년의 시신을 뜯어먹고 초원 안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영감은 더 이상 발자국 추적을 하지 않았으나 발자국을 상세하게 조사했다.

"지코 이놈은 아주 덩치가 큰 수컷인데 이놈이 너의 아비를 죽인 놈인지는 확실하지 않아."

"할아버지.그놈은 내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쪽 귀 끝이 잘려나간 놈입니다"

지코 소년은 마을의 사냥꾼들과 함께 발자국 추적을 하겠다고 말했으나 영감은 그걸 말렸다.

"안돼. 이놈은 추적을 해서 잡을 것이 아니라 미끼로 불러들여 잡아야만 해."

영감은 다음날 마을 인근에 보마(잠복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잠복소 인근에 미끼를 놓았다. 영감은 양 새끼 한 마리를 산채로 말뚝에 묶어 놓았다. 재규어는 신선한 먹이가 아니면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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