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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이야기] 야구 심판, 특허 심판

2016-10-05기사 편집 2016-10-05 05: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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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야구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길 기대하며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환호하고 축제를 즐긴다. 선수들은 각자의 명운을 걸고 최선을 다한다. 경기가 끝나면 모든 관심은 선수들에게 쏠린다. 심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만약 심판이 두드러져 보였다면, 그날 경기는 판정시비로 얼룩진 경기였을 것이다.

야구경기가 끝나면 필자의 눈길은 선수보다 조용히 퇴장하는 심판들에게 향한다. 아마도 특허청 심판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한 필자가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들이 겪는 특허 분쟁은 야구 경기와 비슷하다.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권으로 무장한 기업들은 선수, 이들의 혁신적인 제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은 관중, 특허 심판은 야구 심판에 해당한다. 심판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야구경기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특허 분쟁에선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요즘처럼 치열한 가을 야구 시즌이 오면, 심판장 시절에 접했던 어느 야구 심판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심판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다. 심판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모든 판정마다 의심을 받게 되고, 그러면 경기 자체를 망치게 된다"는 야구심판의 말에, 필자는 '우리는 신뢰를 얻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적어도 통계적으론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허청은 한해 9,500건 정도의 심판을 처리한다. 최근 심판결과에 불복해 특허법원으로 제소하는 비율은 약 14%정도이고, 특허법원에서 심결을 취소하는 비율은 약 24%이다. 결국 특허법원에서 심판결과가 바뀌는 것은 지난 5년 동안 약 3% 수준이므로, 신뢰받는 심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 수치에 자만해선 안된다. 한 건의 잘못된 심판이 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야구심판의 "2군 선수가 1군 경기에 출전하면 더 신경을 쓴다. 선수에겐 한 타석이 인생이 걸린 순간인 이유다. 혹시 잘못된 심판으로 손해를 보면 선수 인생을 누가 책임질 건가. 심판들은 그런 내용까지 생각하며 판정하고 있다"라는 말은 필자에게 잊혀지지 않는다.

특허청도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 사건은 더 공정한 심판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기업은 심판기간 동안 현실적으로 특허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어려워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 특허청은 신속심판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 사건의 처리기간을 단축했고, 공익변리사가 중소기업의 심판을 직접대리하게 하거나 민사소송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기존 3인 합의체에서 5인 합의체로 심판하는 중소기업 사건도 확대할 계획이다.

오늘 밤에도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 관중들의 함성, 신뢰받는 심판이 어우러진 가을 야구는 축제가 될 것이다. 미래에 우리 기업들의 강한 특허,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 특허청 노력의 결과물로 대한민국이 지식재산 강국으로 우뚝 설 것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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