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사건 단속·실적평가 가시적인 통계수치 매몰 자료 진위·질부터 살펴야

또 한명의 아이가 죽었다. 식탐이 많고 말을 잘 듣지 않아서였다. 평상시 말을 듣지 않는 아이의 손과 발을 투명테이프로 묶어두었고, 아이가 죽은 그 날은 벌을 주기 위해 투명테이프로 딸의 온몸을 묶어놓은 채 17시간 동안 집에 그대로 두었다. 아이는 죽었고, 부모는 시신을 불태웠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놀라게 하는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어김없이 정부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 내용은 대부분 아동학대의 발견, 조사, 처벌 보호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단계적 대책을 이야기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올해를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궤적으로 "학대 우려가 있는 영·유아, 미취학아동, 장기결석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학대받고 있는 아동들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사회보장 정보원 등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우리 사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사전에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찾아 정부는 아동학대 일제조사를 실시하기도 했고, 미디어는 신고되지 않은 학대 의심 아이들을 찾아냈다. 이후 놀라운 수치가 보고되는데,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 26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256건)보다 53.4% 늘었다는 것이다.

심각한 아동학대가 보도되고 나니 아동학대 신고가 늘었다는 이 논리,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몇 년 전 성폭력 사건과 유사한 패턴이고, 4대악이 선포된 이후 불량식품 신고, 가정폭력 신고의 모습과 참으로 유사하다. 우리의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정부 방침과 경찰이 세운 정책이 참으로 통계수치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대악 개념이 소개된 2013년, 어느 신문기사를 살펴보자. "4대악, 불량식품 단속, 경찰 실적 압박 속앓이" 기사에는 경찰이 부정불량식품 집중단속을 벌였고, 단속 40여일 만에 1300여 명을 식품 위해사범으로 적발했다고 보도됐다. 당시 경찰청장은 "새 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6월 4일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4대악 척결에 경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지역은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당시 2013년부터 2014년의 4대악 관련 범죄검거 건수는 이례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다른 강력 범죄가 같은 패턴을 보이지는 않는다.

또 다른 모습을 살펴보자. 높은 수위를 넘나드는 데이트폭력 사건이 보도되면서 경찰은 데이트폭력 사건의 추세와 현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많은 데이트폭력사건이 발생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는지 모른다. 그러나 경찰이 집계하는 범죄통계에는 범죄유형에 `데이트폭력`이라는 항목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또 성범죄 추세를 보도하면서 과거와 비교해 증가한 수치만을 보여줄 뿐, 새로운 범죄(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함께 집계되고 있다는 것은 밝히지 않기도 한다.

데이터가 중요한 사회에 살면서 데이터의 진위와 질을 살피는 노력도 필요하다. 데이터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지만 잘못된 데이터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왜곡하는 거울이 된다. 우리의 범죄관련 통계가 지금 그러하다. 경찰의 집중단속과 특정 실적 평가 기준에 범죄추세가 결정된다. 집계항목도 존재하지 않는 범죄가 통계로 발표되는 모습을 보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범죄예방 전략을 펴겠다는 정부의 목소리를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다.

분절된 그 데이터들이 정확하지 않게 누적되고 있는데 연결된 데이터를 어찌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실적에 영향받는 범죄통계, 우리의 사회의 종단적 모습과 횡단적 모습을 모두 왜곡한다. 국무총리가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2016년, 20년 후 우리는 아동학대 범죄 추세를 보면 과거에 비해 급증한 2016년의 범죄를 보면서 "왜?"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 때 누가 당당할 수 있을 것이며 과연 누가 답해줄 수 있을까?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