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동일하이빌 주민 극단 '정다운 이웃' 층간소음 둘러싼 대립·화해 작품 선보여

아산 동일하이빌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극단 `정다운 이웃`의 배우들이 층간 소음을 소재로 한 연극 `정다운 이웃`을 선보이고 있다. 윤평호 기자
아산 동일하이빌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극단 `정다운 이웃`의 배우들이 층간 소음을 소재로 한 연극 `정다운 이웃`을 선보이고 있다. 윤평호 기자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피아노를 뚱땅거려?" "애들 키우는 입장에서 애들을 맨날 앉아 있으라고 할 순 없잖아요?"

층간소음으로 다툼하는 아파트의 이웃간 모습이 아니다. 연극 속 배우들의 대사다. 아산의 동일하이빌 아파트 주민들이 공동주택의 가장 고질적 갈등 요소인 층간소음을 소재로 연극을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연극 상연을 통해 층간소음 갈등의 해결을 도모하고 나섰다.

동일아파트 극단의 이름은 `정다운 이웃`(극단장 김미영). 극단장부터 단원까지 모두가 동일하이빌 아파트 주민들이다. 단원은 지난 7월 3주간 모집했다. 아파트 단지에 단원 모집 현수막을 게시하고 승강기에도 공고문을 부착했다. 6세 유치원생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의 주민들 40여 명이 단원으로 신청했다. 7월 2일 창단식 후 매주 2, 3회씩 아파트 모임방에 모여 연습을 했다.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웃간 대립과 화해를 다룬 연극의 각본 초고는 외부 전문가가 썼다. 분장사로 활동하며 연극 관람경험도 많은 입주민이 아파트 실정에 맞게 대본을 고쳤다. 서로가 상대의 연극을 조언해 주며 연습을 거듭했다. 배우로 참여한 이들 모두가 여성인 탓에 일부 배역은 조정했다. 남자 섭외가 어려워 남편은 할머니로 대체하고 층간소음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도 남자에서 여자로 바꿨다.

단원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열린 `동일하이빌 한마당 축제`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층간소음을 재미있게 극화한 20여 분 분량의 연극을 지켜 본 주민들은 `우리들 이야기`라며 박수를 보냈다. 극 속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가정의 며느리 배역으로 처음 연극무대에 선 주명희(39·여)씨는 "초등 1학년, 4학년 두 딸이 엄마 연기가 최고라며 엄치를 척 들었다"며 "연습 과정에서 평소 교류가 없던 이웃들을 더 알게 되고 친밀해진 점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초연에서 벌써 다음 공연 섭외가 이뤄졌다. 다음 달 아산에서 열리는 충남 마을만들기 대회에 초청된 것. 김미영 극단장은 "아산시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극단 구성과 공연을 추진했다"며 "층간소음은 다른 아파트도 겪는 문제인 만큼 찾아가는 공연으로 층간소음 해결의 작은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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