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따른 조기취업생 평가 매뉴얼 없어 대학마다 학칙개정 마련 골머리… 학생들 혼선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촉발된 조기 취업 대학생들의 출석인정 논란이 교육부의 특례규정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대학마다 공결 처리 범위, 학점 평가 기준 등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데다, 수업을 충실히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자칫 역차별이 될 수도 있어 대학들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전국의 각 대학에 `자율적인 학칙 개정으로 취업한 학생들에게 학점 부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전지역 대학들은 서둘러 학칙을 개정해 조기 취업 학생들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당장 이뤄질 것 같았던 학칙 개정이 늦어지면서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취업을 앞둔 지역대학생 김모씨는 "당장 내달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기다려라는 말만 한다"며 "졸업예정 학년을 몇 학기로 보는 것인지, 학점은 어떻게 준다는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없어 너무 답답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 대학들이 이처럼 신중함을 보이는 것은 조기 취업자에 대한 학점 인정이 자칫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충남대는 이번 학기에는 학칙 개정 대신 사이버 강의 등으로 대체하고, 국립 거점대학들이 방향을 정하면 그에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다.

충남대 한 관계자는 "충남대는 온라인, 오프라인 강좌가 잘 돼 있는 편"이라며 "취업도 중요하지만, 충실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원칙이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도 학칙 개정은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대학들은 학칙은 개정하되, 공결 처리 범위와 학점 평가 기준 등 학칙 시행 세부 세칙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건양대는 학점 부여 없이 패스·논 패스로 갈지, 시험 혹은 과제에 의한 평가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며, 목원대와 배재대는 학점 부여와 관련해 재량권을 교수에게 넘긴 상태다. 졸업 예정 학년을 몇 학기로 볼 것인지를 놓고도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배재대는 올해에 한해 4학년 1·2학기 모두를 구제키로 했지만, 목원대는 4학년 2학기에 해당하는 학생에게로 한정해 학생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지역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이 법 시행 이틀전에 갑작스럽게 정해진 탓에 취업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도 "김영란법 입법예고가 지난 5월에 됐는데도 교육부가 넉 달 동안 아무런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가, 법 시행을 불과 이틀 앞두고 대학에 지침을 내린 것이 지금의 혼란을 키운 원인"이라며 "교육부는 온라인 수강이나 리포터 제출 등의 방법으로 각 대학이 출석을 대체할 수 있도록 세부 지침을 속히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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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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