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계획서 '대리결재' 문제되자 사직… "강도 높은 자정 필요" 여론

천안시의 한 간부공무원이 부적절한 처사로 공직에서 물러나면서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도덕성을 보여줘야 할 공무원의 이 같은 행태로 인해 공직사회에 대한 눈길이 곱지 않다.

28일 천안시에 따르면 동남구청 한 간부공무원(5급) A씨는 지난 달 말 내년도 사업 시행을 위한 트랙터·굴삭기 부착형 제초사업에 대한 계획서를 세워 구청장실을 찾았다. 해당부서 직원이 구청장 결재를 받으려고 갔지만 거부를 당해 A씨가 다시 결재를 받기 위해 구청장실을 찾은 것. 하지만 당시 구청장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한 차례 구청장의 결재 거부에도 A씨는 결재란에 구청장의 서명이 아닌 '출장'이라고 처리한 후 일을 진행했다. 해당 구청장이 동의하지 않은 서류가 과장 선에서 곧바로 부시장, 시장 결재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결재를 하던 과정에서 시장이 구청장 결재란에 서명이 아닌 출장으로 적혀있는 것에 의심을 품어 해당 구청장에게 문의를 했고 구청장은 결재를 한 일이 없다고 말해 A씨의 부적절한 처리가 들통 났다. 구청장의 결재 없이 해당 과장 선에서 곧바로 부시장, 시장 결재까지 올라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A씨는 구청장에게 사업 계획서 결재란을 출장으로 처리한 후 추진하겠다는 결과보고도 곧바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자 A씨는 지난 20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28일자로 사표 처리됐다. A씨는 38년 공직생활을 하고 내년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감사실은 A씨의 이런 행태에 대해 업자와의 결탁 등에 대한 의심을 품기도 했으나 사업시행 전이어서 예산이 없는데다 올해 말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특이한 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는 떠나기 전 제대로 된 계획서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그렇게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감사실의 설명이다.

감사실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 편성 심의가 조만간 있을 예정이어서 수월한 사업예산 확보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례는 처음이다.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천안시의회 A 의원은 "높은 도덕성을 보여줘야 할 간부공무원이 멋대로 사업을 진행하다 적발돼 사직서를 제출하고 처리돼 충격을 감출 수 없다"며 "공직기강이 무너졌다. 강도 높은 자정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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