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자법' 사건 2심 무죄 판결 대법 확정이면 정치 재기 길 열려 대선지형에서 역할 공간 찾을 듯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3000만 원 불법정치자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이완구 전 총리는 승승장구했다. 총리직은 그의 20년 정치여정 정점이었다. 그 분위기에 고무돼 큰 꿈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그도 정치 동면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해 4월 자살한 동향 정치인 겸 기업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녹음파일과 메모장에 발목이 잡혔다. 그의 낙마는 청와대와 여당의 손실로 치환됐다.

이 전 총리의 부침은 충청 유력 정치인의 추락 의미를 뛰어 넘는다. 변고가 닥치지 않았다면 임의의 시기까지 총리직을 수행했을 것이다. 지난 4월 총선 공직사퇴 시한 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전 총리 쪽의 정치권 복귀 의사도 일관적이었다. 인사 청문회 때나 총리 취임 후 의원직 겸직 사퇴 얘기가 나올 때면 에둘러 회피했다. 총리직을 공직 종착역으로 인식하기 보다 정치본업으로 귀환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이 전 총리가 4월 총선에 합류했더라면 정치지형이 달라졌을 수 있다. 그는 JP(김종필 전 총리)를 잇는 충청의 맹주급으로 여겨졌다. 그런 인물이 부재한 4월 총선은 새누리당 후보들에겐 버거운 전장이었다. 선거 결과, 대전 7석 중 3석에 만족해야 했고 충남에선 11석 중 6석을 수성하는 데 그쳤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총리의 지역구 선택 문제다. 그의 지역구인 부여·청양이 공주와 합구되는 바람에 정진석 원내대표와 겹친다. 이 경우 누구 하나가 물러나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현직 의원 프리미엄에다 인지도 등 요소를 따졌을 때 정 원내대표가 밀린다. 이때 가능한 방안중 하나가 이 전 총리가 세종시로 옮겨 이해찬 의원과 단두대 매치를 벌이는 그림이다. 친노좌장과 직전 총리와의 맞대결 구도이자 청양이 낳은 걸출한 `양이(兩李)`의 혈투는 그 자체로 역대급 흥행 기록을 썼을지 모른다.

이 전 총리에게 4월 총선은 마지막 국회 입성 티켓팅 기회였다. 충남지사를 역임한 `4선 이완구`가 됐다면 정치인생 꽃이 만개했을 것이다. 이후 옵션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순위를 매기자면 2017년 대권 도전을 상정할 수 있겠다. 이에 연연치 않으면서 당 대표직도 도모할 만했으며, 아니면 전반기 혹은 후반기 국회의장직도 못 오를 나무는 아니었다. 어느 길로 들어설지 여부는 이 전 총리의 자유의지에 달린 문제였다.

모든 가정은 이 전 총리가 걸어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력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형사피고인 신분이다. 검찰의 핵심 공소사실은 알고보면 단순하다. 자살 전 성 전 회장이 녹음 파일을 통해 지난 2013년 4월 재보선 때 그의 부여 사무실을 방문해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특신(特信) 진술`에 근거한다. 이 전 총리에게 적용된 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그제 항소심 법원이 1 심 유죄 선고를 뒤집고 무죄판단을 내렸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선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온 셈이며 아울러 기사회생의 발판이 확보되는 순간이었다. 이 결과가 대법원에서 파기되지 않게 되면 법적으로 불법자금 수수 굴레가 벗겨진다.

당연히 최종심은 이 전 총리 사건의 최종 심판장이다. 결말은 예단할 수 없다. 무죄 확정을 전제로 그가 정치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내년 대선지형에서 나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반기문 대망론의 대안론 카드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설익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의 그때 행보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대선판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를 대하는 국민여론이 체감하게 될 파괴력은 별개의 성질이다.

이 전 총리에게 총리직은 양날의 검이었던 것 같다. 가정이지만 총리에 발탁되는 일이 없었으면 성 전 회장의 분노와 원망이 혹시 비켜가지 않았을까 추론해 본다. 하필 행정부 2 인자가 된 후 성 전 회장이 자원외교비리 수사로 절망에 내몰렸는 데 오비이락이다. 그런 이 전 총리가 2 심 판결로 재기할 수 있는 밧데리를 충전받았다. `70일 총리`의 권력의지는 진행중인가 보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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