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대전의 미래 교통망 트램 下

2025년 대전이 `확` 바뀐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개통되는 것. 트램은 시민 생활에 다양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교통 활용의 축이 자가용 차량에서 대중교통으로 바뀐다. 트램, 지하철, 광역철도,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시내버스가 자가용 승용차가 차지하던 자리를 메울 예정이다. 이와 함께 트램은 가로상권 활성화하고 도시재생을 가속, 도시 전반의 변화를 이끌 예정이다. 트램 개통으로 `대중교통의 혁명`을 맞게 될 대전의 2025년을 미리 내다본다.

2025년 4월의 어느 날 아침. 대전에 있는 중소기업 과장 K씨가 출근준비로 분주하다. 평소보다 늦잠을 잔 탓인지,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K씨의 하루 출발, 예전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아닌 1층 현관으로 집을 나선 것. K씨의 자가용승용차는 약 한달 전부터 지하주차장의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출·퇴근을 결심하고 나서부터다.

K씨의 하루 시작은 집에서와 달리 느긋한 모습이다. 현관을 나와 바로 트램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서구 가수원동에 있는 K씨의 아파트에서 트램 정류장까지 걸린 시간은 어림잡아 3-4분. 예정된 시간에 맞춰 트램이 도착하자 K씨는 전차에 몸을 실었다. 실제 오는 2025년 개통될 예정인 대전도시철도 트램은 그 어느 교통수단보다 정시성이 뛰어나다. 현재 예상되는 트램의 배차간격은 7분 30초에서 10분이다. K씨가 사는 곳은 충청권 광역철도망과 노선 중복으로 트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늦게 착공됐지만, 개통은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동시에 됐다.

가수원에서 출발한 트램이 도마동, 유천동, 태평동을 지나며 달렸다. 트램에서 본 차창 밖 풍경은 전과 다른 모습이다. 우선 자가용 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대중교통 정류장엔 줄을 서서 차량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메워져 있다. 어느덧 서대전역 인근에 도착했다. 서구 둔산동에 직장을 두고 있는 K씨는 이 곳에서 트램에서 내렸다. 이후 K씨는 서대전네거리에 있는 도시철도 1호선 역으로 걸어갔다. 트램에서 지하철로 환승을 하기 위해서다.

서대전네거리역에서 K씨는 별도의 발권 없이 개찰구에 카드를 대고 열차 승강장에 섰다. 트램을 탈 때 교통카드를 이용해 제공되는 `무료 환승기능`을 사용할 것이다. 역시 3-4분 정도 기다리자 어김없이 지하철이 도착했고, K씨는 열차에 올랐다. 출·퇴근 시간대의 경우 평소보다 지하철 배차간격이 짧아 K씨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열차를 탈 수 있었다. K씨의 최종 목적지는 대전시청역이다.

K씨가 집에서 나와 시청역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30분 정도. 트램이 다니기 이전에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할 때와 비교하면 적게는 10분, 많게는 20분가량이 준 것이다. 특히 K씨는 대중교통 이용을 통해 다양한 기회비용도 얻었다고 설명한다. 유류비와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저렴한 대중교통 이용비용은 기본. 중간중간 도보로 이동하며 전에 볼 수 없던 풍경을 만끽하고 건강함도 되찾았다.

시청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회사에 출근한 K씨는 이날 오후 출장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정부세종청사. 예전에는 자가용승용차를 이용해 이동했지만 이번 출장은 달랐다. 평일 자가용 운행 자제를 다짐한 만큼, 대중교통만을 이용해야 할 처지에 놓은 것.

세종시 출장을 고민하던 K씨는 도시철도와 BRT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K씨는 회사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뒤 다시 시청역을 찾았다. 시청역에서 지하철에 오른 K씨의 첫 목적지는 대전역. 사무실에서 읽던 신문을 갖고 출장길에 오른 K씨는 지하철에 앉아 오늘의 뉴스를 꼼꼼히 살피며 대전역을 찾았다. 이 곳에서 K씨는 대전역에서 세종을 지난 오송역까지 연결하는 BRT(이하 대전역 BRT)에 탑승했다. 대전역 BRT는 대전역에서 세종시청까지 36분, 정부종합청사 45분, 오송까지 70분에 연결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2016년 개통됐다.

BRT에 오른 K씨는 내부에 설치된 충전 USB에 스마트폰을 꽂고, 신문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신문읽기는 차량 내부에 LED 독서등이 설치돼 있어 지하철보다 편한 느낌이었다. 특히 신문을 읽으며 궁금했던 내용은 BRT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검색하며 K씨는 `대중교통 활성화로 세상이 많이 좋아졌구나`라는 점을 실감했다. 예전처럼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신문읽기 등 삶의 여유를 누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세종청사에 도착해 볼 일을 마친 K씨는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저녁 모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K씨는 정부세종청사로 갔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회사로 복귀했다. 퇴근 도장을 찍고 나온 K씨의 다음 목적지인 모임 장소는 도시철도가 다니지 않는 유성구 덕명동. 도시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라이프를 즐겨온 K씨는 고민하다 `환승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한다. 시청역에서 현충원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한 뒤, 이곳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덕명동 네오미아 아파트 입구에 있는 식당까지 간 것.

친구들과의 모임을 마친 K씨는 귀가를 위한 대중교통 여정에 오른다. 덕명동에서 택시를 이용해 현충원역까지 간 뒤 지하철을 타고 서대전네거리로 향한 것. 서대전네거리에서 K씨는 버스가 아닌 타슈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카드를 이용해 자전거를 빌리고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가수원동까지 이동했다. 퇴근과 함게 운동을 즐긴 것이다. K씨는 이날 하루 출·퇴근, 출장, 모임까지 지역 안팎을 누볐지만, 총 투입된 교통비용은 채 1만 원도 되지 않았다. 대전에서 세종을 오가는데 드는 기름 값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 종일 무료로 다녔던 것이다. 이것이 오는 2025년 첫 발을 내딛는 대중교통 중심도시가 줄 선물 중 하나인 `환승의 미학`이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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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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