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한국전력 공채 합격한 대전여상 3학년 이소연 학생 취업 성공기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는 취업이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88세대(월급 88만원을 받는 세대)라는 용어는 이미 오래 전에 등장했다. 실제로 2016년 2월 기준으로 청년취업률은 12.5%에 불과하다. 여기에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대학 졸업장이나 학벌도 더 이상 취업의 보증수표 지위를 잃었다.

오히려 '대학 간판' 보다는 전문직렬이나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입시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있다. 좀 더 눈을 떠 보면 '특성화고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고교 진학부터 취업을 염두에 둔 '일찍 철 든(?)' 학생들이 대거 특성화고로 몰려들면서 인문계 진학보다 어려운 특성화학교도 생기고 있다.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이소연 학생도 이런 사례다. 중학시절 상위 10% 공부실력을 갖췄지만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뚜렷한 소신을 갖고 '상업계' 진학을 선택했다. 그 결실은 대졸자들이 손꼽는 최고의 꿈의 직장인 '한국전력공사' 합격(고졸 사무직 공채)으로 이어졌다. 이소연 학생의 고졸 취업 성공기를 들어봤다.

◇대선배인 엄마에게 배우는 인생

이소연 학생이 전국에서 11명만 선발한 한국전력 고졸 사무직 공채에 합격한 데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대전여상 대선배인 '엄마'다. 소연 학생의 엄마는 대전·충청지역에서 오랫동안 교육 실무 평가업을 해온 조미경 (주)리더스교육평가원 대표다. 조 대표 역시 지난 1985년 대전여상을 졸업한 뒤 취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수십 년 동안 전산실무와 교육 평가업에 종사해 오면서 어느 덧 '진로·취업 코칭 전문가'의 이력을 쌓아 왔다. 소연 학생이 가장 존경하는 취업과 인생의 멘토로 손꼽는 이유다.

"엄마 시절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인문계 대신 실업계를 진학하는 청소년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제 또래들이 실업계에 진학하는 이유와 많이 다르죠. 하지만 제 또래들 중에는 먼저 취업을 하고, 돈을 번 뒤 진짜로 하고 싶은 대학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더구나 여상을 졸업했어도 전문분야에서 '여장부'처럼 사업을 하시는 엄마도 큰 힘이 됐어요."

실제로 조 대표는 대전여상에 다니던 중 노동부 산하 공인검증기관인 (사)한국사무능력개발원 대전본부장의 눈에 띄어 특채된 뒤 10년 동안 각종 평가사업을 익혔다. 현재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교육사업으로 확장시켜 전문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소연 학생이 여상에 진학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적잖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중학교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원하면 대학까지 뒷바라지해 주겠다고 했지만 아이의 소신이 워낙 뚜렷했어요. 과연 내가 걸어 온 길이 옳았는지를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단 상고 진학을 결정한 뒤로는 회사의 규모나 이름값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적성과 꿈에 걸맞는 곳에 도전해 보라고 조언을 했어요. 또 어디를 가든 5년 이상의 재직기간을 갖춰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어요. 엄마도 일머리를 알아가고, 조직과 세상을 알고, 스스로의 경력을 쌓는데 그 만큼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해줬지요."

◇엄마에게 물려 받은 최고의 DNA, '성실'

소연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선(先)취업'으로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학자금 대출로 힘들어 하는 대학생들의 기사를 접하게 됐어요. 목적 없이 대학에 진학한 뒤 사회에 나오면서 빚에 허덕이는 삶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어요. 차라리 일찍 자립해서 돈을 벌고, 나중에 뚜렷한 진로가 생길 때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일단 진로를 선취업 후진학으로 결정하자 취업에 필요한 각종 이력이 쌓이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제가 생각해도 엄마에게 물려 받은 최고의 DNA는 성실함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 다 따는 자격증과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회사가 나를 뽑도록 해보자,나만의 역량을 키워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어느 직장에서나 취업에 필요로 하는 자격증을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모두 21개의 자격증을 따냈습니다."

소연 학생은 엄마에게 물려 받은 또 다른 DNA로 '안목'을 꼽았다. 취업 최전선에서 최신 경향을 이끌어 가는 엄마를 통해 당장 눈 앞의 취업에 연연해 하거나 자신의 적성과 관계없이 '간판'만 보고 달려가는 어리석은 일은 처음부터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뺐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NCS를 기반으로 한 취업공부다.

"요즘 대학입시도 달라졌잖아요.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인재를 뽑잖아요. 대학이나 기업이나 인재를 선발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직무를 열심히 제대로 해 낼 사람을 뽑는 게 당연하잖아요."

소연 학생이 당당하게 밝힌 합격 비결은 능력중심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추진하는 핵심 국정과제인 'NCS'다. 더 이상 자격증 몇 개로 인재를 평가하지 않고,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NCS의 핵심이다.

"엄마는 늘 NCS를 주목하라고 조언하셨어요. 실제로 NCS인재채용제도는 오는 2017년까지 302개 공공기관에 도입될 예정이고, 앞으로 공공기관들은 모든 전형을 직업 기초능력과 직무수행능력 테이블을 통해 신입 직원을 뽑습니다. 기존의 공공기관 서류전형이 학력과 학점, 어학 등 스펙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NCS에서는 어학점수나 학점 기입란이 없고,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만 넣게 됩니다. 스펙 대신 실무능력을 따지는 것이죠."

실제로 소연 학생은 한국전력 채용 시험에서 점수로는 다른 학생들에게 뒤떨어졌지만 일종의 자기소개서 전형인 '에세이 전형'으로 합격했다. 업무역량이 강조된 기업의 채용 패러다임에 맞게 자기소개서를 준비했고, 결국 전국의 내로라 하는 상고 1,2등을 제치고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취업준비? 인생준비!

소연 학생이 한전에 합격하기까지 꼬박 12번의 고배를 마셨다. 예금보험공사, 삼성화재, 우리은행 등 지원 가능한 기업들을 두드렸지만 서류심사부터 탈락하기도 했다. 한전 입사는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였다. 소연 학생은 평범하지 않는 자신의 이력을 적극 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특별회의에 전국 100명의 학생으로 활동했고, 인문계 수재들 틈에서 대변인과 SNS 홍보일을 맡았던 이력을 써 내려갔다. 또 학생회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자시의 공약이던 '우산 은행(비 오는 날 우산을 대여하는 기획)'을 채택시키고, 100% 회수율이라는 학생 스스로의 신뢰를 높였던 일화를 자기소개서에 담아냈다.

소연 학생은 사회나 세상처럼 취업 역시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하면 쉽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인맥이 큰 도움이 됐어요. 김정권 광운대 인제니움학부대학 교수님의 CGS(Content-Ground-Storytelling) 코칭과 송미정 숭실대 평생교육HRD연구교수님에게 취업 면접 특강을 들으면서 한단계 도약하는 힘을 얻었어요. 그리고,그동안 저를 지도해 주신 대전여상의 모든 선생님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시험 당일 차로 태워주신 신극재 취업부장 선생님께서 하신 한마디 말씀(공과 사는 구분돼야 한다)이 면접에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모든 분들께 보답하는 일은 후배들을 위해 한국전력에서 꼭 필요한 직원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훈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훈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