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약속 자리 등 줄취소 국정감사 식사 제공도 기피 28일 시행 앞두고 긴장 역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자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 적발될 경우 자칫 시범케이스가 될 수 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공무원들은 저녁모임 등을 아예 취소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 법이 사회생활 자체를 단절시키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25일 대전지역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공직사회 대부분이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원실 등 외부인들과 접촉이 많은 부서 직원들은 식사자리를 모두 취소하는 등 더욱 몸조심을 하고 있다.

대전시와 일선 구 공무원들의 경우 김영란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법 집행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법 시행에 따라 금지되는 사항이 어떤 것인지 꼼꼼하게 따지는 것은 물론, 지인들과의 만남도 자제하려는 기류가 역력하다.

일례로 사업부서에 근무하는 A 주무관은 내달 한달을 사실상의 `안식월`로 지낼 계획을 세웠다. 저녁식사 자리의 경우 김영란법에서 금지하는 3만 원 이상을 초과하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자제하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피감기관들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평상시 제공됐던 점심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식사비를 제공하겠다는 곳은 피감기관이 구내식당을 통해 식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지방으로 내려온 상임위원들과 보좌진,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왔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김영란법 시행 뒤에 국정감사가 있어 문의한 결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충북지역 공직사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충북도 공무원 A씨는 "단순 친목 모임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다음달에는 지인들 6-7명이 매달 한번씩 저녁을 먹는 모임도 한달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현장은 김영란법과 관련된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사소한 금품이라도 무심코 주고받았다가 과태료를 물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몸을 사리고 있는 것.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는 학부모와의 모든 접촉을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보내는 5000원짜리 음료 쿠폰도 부정청탁 관계로 보겠다는 게 권익위 설명"이라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애매한 법 해석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권익위는 예산담당자 등의 경우 예산편성 기간 기획재정부 예산담당자에게 음식 대접을 못하도록 했다. 단, 예산편성 기간이 아니면 3만 원 이하의 음식대접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을 교사에게 적용하면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성적평가나 수행평가 기간만 음식 대접과 선물 등을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권익위는 교사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도 음식물과 선물 제공 등을 금지토록 했다. 평상시 제공되는 금품이 학생평가 등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다. 교사들은 학생이 제공하는 음료수 한 잔도 받을 수 없어 사제지간 정을 차단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20년간 공직생활을 한 공무원은 "각종 비리를 차단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차단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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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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