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포함] 특정업체 제품 설치 94대 열선 부식·위생 상태 부실

대전지역 한 초등학교 온수제조기 물 끓임조 내부 상태.  원세연 기자
대전지역 한 초등학교 온수제조기 물 끓임조 내부 상태. 원세연 기자
대전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이 중금속 제거 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특정 제품의 온수제조기(물끓임기) 물을 수년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지관리업체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청소마저 소홀히 했으며, 일선학교는 관리감독은커녕 이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정수기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전지역 일선학교에서 사용중인 온수제조기 중 중금속 제거 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제품은 A제품으로 약 94대로 추정된다. 이 제품은 대전의 한 조달전문 납품업체가 지난 2010년부터 일선 학교에 납품과 함께 설치 및 유지·관리를 함께 해왔다.

하지만 이 제품의 경우 중금속 제거 장치가 부착되지 않아 물 끓임조 내부에 설치된 열선 및 가열기 등이 검게 그을리고 부식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해 교체 및 폐기가 시급했지만, 이 업체는 이러한 사실을 학교 전체에 알리지 않았다.

청소 위생 상태와 유지관리도 부실 그 자체였다. 본보가 지난 23일 대전지역 두 곳의 초등학교에 설치돼 있는 A제품의 온수 제조기를 살펴본 결과, A초등학교 온수제조기 물 끓임조의 경우 21일 애프터서비스(A/S) 기사가 방문해 세척을 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열선은 검게 변색돼 있었고, 보호막의 일부로 추정되는 검은색 이물질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끓는 물의 온도를 확인해야 할 온도표시창은 몇 주째 고장이 나 있었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당일 사용금지 조치가 부랴부랴 내려졌다. B초등학교의 동일제품 물 끓임조 역시 열선 부식은 물론이고 바닥이 열선에 의해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 업체는 월 온수제조기 한대당 관리비용으로 3만3000원씩을 받고 있었으며 6명의 A/S기사 대전지역 112개교, 235대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학교 정수기 담당자들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전지역 A/S 기사는 "하루에 기사 한 명이 관리해야 할 학교가 5-6곳에 달하는데, 관리해야 할 기계만 한 학교당 10-30대 가량 된다"며 "한 학교에 30분 이상 머물면서 청소를 하면 주어진 일정을 감당하지 못할뿐더러 담당자들도 점검을 하지 않아 대충 청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학교는 문제가 된 온수제조기 전체를 교체했고, 교육청은 물 끓임기 상단에 시건장치(자물쇠)를 설치해 향후 업무담당자의 입회하에 청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와 함께 A제품이 설치된 학교의 실태, 진상조사도 아울러 진행할 방침이다.

업체측은 고지 의무 미흡과 청소 부실 등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지만, 먹는 물에 대한 안정성은 자신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A제품의 경우 중금속 제거 장치는 없지만 녹물을 걸러내는 여과장치와 자외선 살균장치가 돼 있어서 녹물을 잡아줘 건강상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 제품의 문제를 인지해 현재 94대 중 55대에 대한 신형 끓임조로 교체했고 앞으로도 교체가 이뤄질 것이며, A/S 기사도 충원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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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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