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이모(36) 씨는 잠만 잤다 하면 다음 날 아침 허리와 골반이 뻣뻣해지는 통증을 느꼈다. 운전을 많이 했던 탓이라고 생각해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통증은 계속됐다. 최근에는 증상이 더 악화돼 아침에 일어날 때 한참 시간이 지나야만 일어날 수 있었다. 허리디스크로 생각해 병원을 찾은 최씨는 검사 결과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할 경우 일부에서는 불구로 진행되기도 하는 강직성 척추염에 대해 정청일 건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젊은 남성에게서 3-5배정도 더 많이 발생=강직성 척추염은 류마티스 질환의 일종으로 척추에 염증이 생기면서 점점 굳어지는 병으로, 척추관절염 질환군에 포함되는 질환이다. 20-30대 젊은 층에 주로 발생하는데 여자보다 남자가 약 3-5배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경우 증상이 가벼워서 단순 허리통증으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척추관절염`이란 손발의 관절에 염증을 동반하는 류마티스관절염과 달리 주로 척추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오랜 기간 염증이 심해지고 좋아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염증이 있던 관절에 석회화성 변화가 일어나서 관절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굳어진다. 이런 상태를 관절의 강직이라고 한다. 척추 관절염 중에서도,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특히 천장관절의 강직이 생기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병을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한다. 이러한 염증은 척추 이외에 무릎, 어깨, 발뒤꿈치, 갈비뼈 등과 같은 관절과 그 주변에서도 나타나며, 드물지만 눈이나 심장, 신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원인은 아직까지 충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에 이차적으로 세균성 감염 등의 유발 인자에 노출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피를 검사해보면 백혈구의 특정 항원인 HLA-B27형 유전자형이 잘 발견되는데 강직성 척추염의 유전적 소인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정상인에서도 이 유전자형이 발견되기 때문에 HLA-B27 유전자형이 있다고 해서 강직성 척추염 환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수술치료 대신 약물치료 우선적으로 시행=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허리의 유연함을 키워주는 스트레칭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어느 정도 관절의 강직이 진행됐더라도 운동은 중요하다. 치료에는 관절이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나 근이완제를 사용하여 통증과 염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는 척추관절의 강직성 진행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기본적인 치료제로 중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항류마티스제) 인 면역조절약제(설파살라진 등)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팔 다리 관절을 제외하고 척추 관절염에 대한 치료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신의 치료라 할 수 있는 종양궤사인자억제제(TNF 억제제)를 포함한 생물학적 제재 주사약제는 일반 치료약제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 약제가 달리 밝혀지지 않았던 과거에는(지금도 일부에서) 치료가 없고, 40대가 넘으면 완치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내용이고, 완치가 된다기보다는 치료를 하지 않아서 강직성 변화가 모든 척추관절에 와서 겉으로 보기에 끝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허리가 완전히 굳은 상태에서도 염증은 지속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수술적인 치료는 잘 시행하지 않는다. 수술을 한다고 해서 관절염의 염증을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한 강직성 변화로 인한 척추 기형이 있을 경우에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치료시기를 놓쳐서 병이 많이 진행된 다음 보행 자세나 일상생활에 크게 장애가 있을 때 척추 교정술을 시행할 수 있고, 또 엉덩이관절(고관절)이나 무릎관절이 역할을 못할 경우 새로운 관절로 교체하는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은 통증을 줄이고 관절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주며, 자세의 이상을 방지할 수 있어서 약을 먹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치료방법이다. 규칙적으로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며, 몸통, 목, 어깨, 허리 등을 최대한 뒤로 펴는 운동이나 회전시키는 운동을 한다. 비치볼이나 큰 풍선 불기 같은 운동으로 폐활량 등을 기르는 것도 좋다.

특히 수영은 목, 허리, 어깨 등 관절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호흡운동을 촉진시키며, 관절운동 감소 및 자세의 변형을 예방할 수 있다. 접영, 평영보다는 자유영, 배영에 시간을 더 할애하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매일 아침 40-50분 정도 꾸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운동 후 통증이 심해지거나, 팔과 다리의 관절이 붓거나 열이 나면 운동을 쉬고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자전거나 배드민턴, 테니스 등도 효과적이지만 관절을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하며, 축구, 농구 배구 등의 경기는 다른 사람과 부딪혀 관절이 다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 외에 충격의 위험이 있는 유도, 검도 등의 격투기와 등과 목을 구부린 자세로 하는 볼링, 골프, 당구 등은 피해야 한다.

허리의 만성적인 통증이 있고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가족 중에 있는 경우에는 빠른 시일 내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진행되지 않은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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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정청일 건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도움말=정청일 건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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