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 있는 백제 원지(苑池)인 `궁남지`는 무왕 때에 궁궐의 남쪽에 만든 연못으로 매년 `연꽃축제`가 열리는 장소이다. 몇 해 전 부여로 고적답사를 갔다가, 연못 한가운데 설치된 분수를 보고 깜짝 놀라서, 곧바로 군청 민원 사이트에 건의 글을 올렸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폭포를, 서양에서는 분수를 좋아하여 동양화에 등장하는 분수가 없듯이 서양화에도 등장하는 폭포는 없으니, 조속한 철거를 바란다고… 동양인들은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모습을 선호하고, 고요하게 이를 즐기는 정중동의 자세가 우리 정서이기에, 궁남지에 설치된 분수는 연못과 안 맞는다고 지적하였다. 이듬해에 가보았더니 우연인지, 모두 철거하여 한숨을 돌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뿐일까? 대전에서도 마찬가지 일들이 진행되었다. 대흥동 우리들 공원을 조성하면서, 무대 뒤편으로 인공폭포를 만들자는 주장이 등장하였다. 그래서 추운 겨울엔 관리가 어렵고, 타 도시의 철거 사례를 들어 철회시킨 적이 있다. 중교로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플라스틱 야자수를 인도 변에 색색으로 나란히 심어 야간 조명을 주어서 밤거리를 휘황찬란하게 만들자는 특이한 제안이 나와서, 이를 반대하던 일부 집행위원들이 사표를 던지고서야 철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예전에 목척교가 있던 자리에는 징검다리가 있었는데 여기를 자주 이용하던 새우젓 장수가 징검다리 한가운데에서 지게를 받쳐놓고 쉬던 모습이 마치 목척(木尺, 나무로 만든 자)과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초기에 일본인 이주자들이 몰려들자 1912년에야 나무로 다리를 놓았고, 1932년 충남도청이 이전할 때 중심축을 대전역과 충남도청을 잇는 선으로 설정하면서, 중앙로를 확장하면서 철근 콘크리트다리로 놓았는데, 1974년도에 대전천을 복개하면서 사라졌었다. 2008년 중앙데파트를 폭파하면서 철거하고, 이듬해에 반대편인 홍명상가를 철거하게 이른다. 대전의 랜드마크였던 목척교를 복원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바램으로, 2010년 목척교 수변광장 프로젝트가 시행된다. 실시될 당시 이해욱 교수가 계획하고, 건국건설(대표 조항용)이 시공한 높이 13.5m의 목척교는 구조적 기능 없이 모양새로만 디자인되었다. 나무(木)의 줄기세포에서 모티브를 얻고, 과학도시의 정체성과 쾌적한 녹색도시를 표현하였다 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거기다 폭포와 분수가 한 눈에 볼 수 있게 설치된 모습이 얼마나 쾌적한 상태로 남을지 걱정이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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