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식이 잇따르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9일 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부부가 수십억 원대의 채무에 시달리다가 자녀 2명과 극단적인 선택을 한데 이어 23일 음성군 맹동면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주부가 부부싸움 후 생후 6개월 된 아들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처럼 한 일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되면 무엇보다 인생의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져야 하는 어린 자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이 더 큰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가 자녀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1919년 영국에서 설립된 전 세계의 빈곤아동을 돕는 세계 최대의 비영리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것은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참혹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세이브더칠드런은 "부모의 처지가 아무리 절망스럽다고 해도 자녀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자녀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명백한 살인"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6조에도 `모든 아동은 생명에 관한 고유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자녀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거나 살해하는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벌 의지도 강력하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주식 투자에 실패하자 경제 사정을 비관하다가 처자식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박모(51)씨에게 징역 35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 2부는 "범행 동기와 수단, 결과 등을 살펴보면 원심의 징역 35년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동반자살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 엄벌에 처한 판례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해치는 행위의 이면에는 험한 세상에 홀로 남겨져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자녀에 대한 걱정이 앞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라면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 겉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어린 생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부모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자살예방에 힘써야 하는 것은 물론,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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