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연봉 1.5배差… 근무환경 열악 출산후 이직·사직 악순환

대학병원을 비롯한 각 병원 간호사들이 연봉에 비해 높은 업무강도, 스트레스와 건강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병원을 떠나고 있다.

지역 간호사들은 이 같은 이탈현상이 주로 5-10년차 간호사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어 간호 연령의 양극화, 이에 따른 업무가중 등의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전의 한 종합병원 4년차 간호사인 A씨(28)는 최근 옆 부서 선배 간호사가 아이를 낳은 후 더욱 많아진 업무량 때문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오전과 오후, 야간까지 3교대로 근무하는 A씨의 병원은 출산한 간호사는 야간 근무에서 제외하고 있다. 사람이 없다 보니 빈 자리는 동료들의 몫이다. 평소에도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만큼, 동료의 부재 시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신입 간호사가 잘 들어오지 않는 것도 큰 부담이다. 대전권 대학에서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배들은 대부분 서울로 떠난다. 서울과 대전의 연봉차가 1.5배에 달할 정도로 큰 차이가 나는 탓이다. 서울에는 인력이 많으니 업무 여건도 좋을 수밖에 없다. 대전과의 거리도 1시간에 불과해 A씨의 모교 후배들은 특정 병원이 아니고서야 대전에서 근무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씨는 "젊은 간호사들은 출산한 뒤 아예 다른 일을 하거나 이직을 하는 경우가 잦다"며 "결국 병원은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혹은 3년차 미만의 주니어 간호사들로 구성돼 업무강도가 더욱 높다"고 토로했다.

A씨와 같은 고충은 전국의 간호사 대부분이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6월 발표한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전국의 간호사 1만 3100명의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7.7년, 이 중에서도 국립대병원 간호사 1942명의 근속연수는 6.6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 의료 전문직, 행정직, 보조원 등 타 직종의 평균 근속연수인 12.7년에 비해 3.2년이나 더 적은 수준인 것.

이는 낮은 수준의 근무의 질, 그에 따른 근무 만족도 하락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간호사들은 직장생활 만족도가 44.1점이라고 답변해 타 직종의 49.5점보다 5점 이상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결국 간호사들의 이직·사직으로까지 이어져 열악한 근무환경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대전의 한 의료계 인사는 "강한 업무강도는 간호사들의 현장 이탈을 부르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임에도 병원들은 인력 선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업무 강도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연봉도 업무에 대한 불만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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