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지음·창비·99쪽·8000원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 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시 `울고 들어온 너에게` 전문)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68) 시인이 각박한 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새 시집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 시집은 지난 2013년 발간한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이후 3년 만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11권의 시집에는 주로 꽃, 강, 마을 등 자연이 소재였지만 이번 시집엔 자연인 김용택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시인은 섬진강 근처인 전북 임실 진메마을에서 3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지난 2008년 퇴직한 뒤 전주로 나와 8년간 도시 생활을 했다. 그러다 올해 4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다.

사람을 한없이 품어줄 것 같은 자연과 벗하던 이가 세상의 맛을 본 후 생각은 훨씬 많아졌다.

`어느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시 `오래한 생각 중에서`)

하지만 낙관보다는 비관이 넘치는 세상에서 그의 위로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김 시인은 전쟁 같은 하루를 마치고 울먹이며 집으로 들어온 현대인들에게 `사느라고 애쓴다`며 지쳐 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인다. 그리고는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치며 놀라`면서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

김용택 시인이 건네는 시어는 울고 싶은 날 쓰린 속을 달래며 집 문을 열었을 때 "우리 강아지 이제 왔냐"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할머니의 품처럼 따뜻하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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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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